정부가 간병비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내년 7월부터 단계적으로 확대하는데, 현재 상급종합병원 일부에서만 시행되는 건강보험 적용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대상을 2027년 전체 환자의 60% 이상으로 늘린다. 입원료의 20%만 환자가 부담하면 돼, 이 기간 10조 원이 넘는 간병비 부담이 줄어든다. 또 요양병원 간병비도 중환자에 한해 건강보험이나 장기요양보험을 적용하기로 하고, 내년 7월부터 국비로 시범사업을 한 후 2027년부터 전국에 확대하기로 했다.
간병비 지원 정책은 정부 국정과제일 뿐만 아니라, 민주당 총선 1호 공약이기도 해 추진 속도가 빠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재원 마련 방안이 문제다. 요양보험 간병비 지원에 매년 10조~15조 원의 재원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는 중증도와 장기요양등급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면 재원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하지만, 그래도 매년 수조 원이 추가로 필요하다. 간호·간병 통합 서비스 확대에도 큰돈이 필요하다. 올해 통합서비스 이용자가 230만 명인데, 7,700억 원의 건보재정이 투입됐다. 앞으로 적용 병원과 병동이 늘어나면 수천억 원이 추가로 필요하다. 반면 건보재정은 현재 보험료율 인상 수준이 유지된다고 가정해도 2026년부터 적자로 돌아서, 2031년 적립금이 바닥난다. 또 요양병원 간병비만 지원하면 재택 환자들의 입원이 늘어나 필요 재원도 예상보다 더 필요해질 수 있다. 통합서비스 확대로 지방병원 간호사 인력 부족 문제도 심각해진다.
정부의 간병비 지원 정책에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재원 마련 대책이 빠져 있다. 특히 본격 시행은 다음 정부 때다. 정부는 “시범사업을 통해 정확히 추계하겠다”고 밝혔지만, 정확한 비용조차 모르는 정책을 불쑥 내놓는 것은 ‘총선용’이란 의심을 피하기 힘들다. 조속히 필요한 추가 재원과 조달 방법을 마련해, 국민이 얼마나 부담을 지어야 하는지 솔직히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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