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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에겐 성가신 존재지만…풀씨의 생명력에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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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씨는 힘이 세다'는 전남 화순과 나주를 가로질러 영산강으로 흘러드는 드들강변에서 농사를 짓는 김황흠 시인의 산문집이다. 젊은 시절 부모와 귀농해 보낸 30여 년의 시골 생활을 담은 농사일기다.
교통사고와 사업 실패로 빈털터리가 된 60대 중반의 아버지와 평생 손에 물 한 번 묻혀 본 적 없던 어머니,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난청을 얻은 병약한 서른 살의 저자와 네 살 조카까지. 매서운 한파 속에 낡은 한옥에서 귀농 생활을 시작한 가족들은 빌린 땅에서 무 농사를 시작했고 벼, 고추, 쪽파 농사를 지어 생계를 이어갔다. 사소한 실수로 허망하게 작물을 잃은 적도 많았지만 농사 기술과 요령을 하나씩 터득했다. 가족들은 몇 해 살고 떠나려던 시골 마을에 그렇게 뿌리내렸다.
하지만 수십 년 농사 경력에도 자연과의 싸움에서는 번번이 지고 만다. 수해에 쓰러진 벼, 폭설에 무너진 비닐하우스 앞에선 가족들의 마음도 스러진 농작물처럼 시커멓게 물든다. 10월에도 찬 바람이 불지 않아 배추 속이 차지 않고, 제대로 춥지 않은 겨울 때문에 2, 3월부터 동면에서 깨어나는 벌레들까지 새로운 문제들도 차곡차곡 쌓여간다.
파열음이 끊이지 않는 생태계에서 저자의 귀농 생활은 차츰 균형을 잡아간다. 돌아서면 밭을 가득 메우는 풀, 다리에 다닥다닥 달라붙는 풀씨는 농부들에게 여간 성가신 존재가 아니다. 그러나 동물 생명 유지에 필수인 풀의 끈질긴 생명력을 오히려 고마워해야 함을 깨닫는다. 그 거대한 순환 안에서 삶의 철학도 균형도 되찾았다. 젊은 날 아버지의 귀농 제안을 귓등으로 흘려버렸던 그는 이제 "일찍이 실천했더라면, 좀 더 나은 환경 속에서 귀농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여태 남는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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