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 30초 빨리 울린 종료벨...수험생 43명 "1인당 2000만 원 물어내라"

입력
2023.12.18 17:08
수정
2023.12.18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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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 43명, 19일 손해배상청구 소송
1분 30초 조기 타종에 답안지 표기 못 해
피해 학부모 "공정한 시험 환경 아니었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지난달 16일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에서 수험생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지난달 16일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에서 수험생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달 16일 서울 경동고에서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본 수험생 43명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한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경동고에서 수능을 치른 수험생 43명은 국가를 상대로 1인당 2,0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19일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할 예정이다.

서울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경동고에서 수능 당일 1교시 국어 영역을 치르던 중 예정 종료 시간보다 1분 30초가량 일찍 종료벨이 울렸다. 일부 학교에서 방송 시스템에 오류가 생길 가능성을 감안해 수동 타종을 쓰는데, 경동고 담당 감독관이 시간을 오인해 실수했다고 교육당국은 설명했다.

피해 학생들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명진에 따르면 수험생들의 항의에 시험당국은 2교시가 종료된 후 국어 시험지를 수험생에게 다시 배부해 1분 30초 동안 답안지에 답을 옮겨 적을 시간을 줬다. 하지만 이미 OMR카드에 마킹한 답을 수정하는 건 허용하지 않았다. 휴식시간 등을 이용해 수험생들이 정답을 확인했을 가능성이 있어 시험지에 표시된 정답을 답안지에 옮기는 것만 허용했다. 하지만 여러 수험생들이 빨리 울린 종료벨 때문에 급하게 답안을 찍어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고로 점심시간 50분 중 25분이 소요돼 수험생들은 충분한 휴식 없이 3교시 영어 영역을 치러야 했다.

경동고에서 시험을 본 한 수험생 학부모는 "(아이가) 마킹하는 도중 종이 울렸고 손이 떨리는 와중에 몇 번을 찍었는지도 기억이 안 날 정도로 혼란한 시간을 보냈다"며 "수능에서 모의고사에서 볼 수도 없는 점수를 받았는데, 우리 아이들만 수험생들이 누려야 할 공정한 시험 환경을 제공받지 못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소송에 참가한 또 다른 수험생 학부모는 "이미 아무거나 찍어서 표기했다는 이유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우리 아이는 무기력감과 낭패감에 더 멘털이 붕괴됐을 것"이라며 "결국 국어는 1점 차이로 등급이 떨어졌고, 그 이후 시험에도 영향을 받아 평상시보다 훨씬 성적이 떨어졌다"고 토로했다.

소송을 맡은 김우석 명진 대표변호사는 "타종 사고 한 달이 지나도록 교육당국에서는 피해 학생들에게 사과도, 타종 사고 경위 설명도, 재발 방지책도 내놓지 않았다"며 "과거에도 수능 타종 사고가 많았고, 앞으로도 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 이번에 피해를 예방하고 수습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동고 타종 사고 소송 참여 수험생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피해 학생들은 집단 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지난달 30일 '경동고 수능시험장 피해 수험생 모임' 카페를 개설했다. 카페 가입자 수는 89명이다.


윤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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