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인취업률 급증, 평생 근로 신호탄일까?

입력
2023.12.20 04:40
25면

편집자주

초연결시대입니다. 글로벌 분업, 기후변화 대응, 빈곤퇴치 등에서 국적을 넘어선 세계시민의 연대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같은 시대, 같은 행성에 공존하는 대륙과 바다 건너편 시민들의 민심을 전합니다.

‘65세 미만 vs 65세 이상’ 근로자 평균 시급

‘65세 미만 vs 65세 이상’ 근로자 평균 시급

미국의 노인노동 통계에 유의미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과거와 달리 고액 연봉직종에서 ‘노인 근로자’(65세 이상)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평생 노동 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해석마저 나오고 있다.

19일 미국 여론조사업체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23년 현재 65세 이상 미국 노인의 고용률이 19%로 추정됐다. 이는 1987년(11%) 이후의 노령인력 경제활동 참가율의 꾸준한 증가추세를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75세 이상 초고령자 중 근로활동을 하는 노인도 9%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인종별로는 히스패닉계 노인의 취업률이 급증했다. 퓨리서치센터는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층으로 진입하면서 노인 취업인구는 1,100만 명으로 늘어났다”면서 “65세 이상 미국인 5명 중 1명이 고용돼 있다. 노인 인구도 늘었지만, 노인 근로자 비율도 상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65세 이상 노인 근로자 성별 비율.

65세 이상 노인 근로자 성별 비율.

특이한 것은 노인 근로자의 시간당 평균 임금이 상승하고 있다는 점. 1987년 13달러에서 2022년 22달러로 증가했는데 같은 기간 ‘일반 근로자’(65세 미만)의 평균 시급(20달러→25달러) 상승 폭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 이에 따라 노인 근로자와 일반 근로자의 임금 격차도 크게 줄었다. 또 고용주가 지불한 전체 임금 중 노인 근로자 임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7%다. 이는 1987년(2%)보다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성별로는 노인 근로자 중 남성 비율은 1964년 67%, 1987년 60%, 2023년 54%로 줄어든 반면, 여성 비율은 33%에서 40%, 46%로 급증했다.

노인 일자리 성격도 단순히 세금으로 월급을 주는 ‘일회성 복지형 취업’이 아닌, 양질인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 근로자의 62%가 정규직(주당 35시간 이상 근로)으로, 1987년(47%)보다 크게 늘었다. 퓨리서치센터는 “65세 이상 근로자는 젊은 근로자보다 전반적으로 자신의 직업에 더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노인 근로자는 자신들의 업무가 ‘즐겁다’ ‘성취감을 느낀다’고 답변한 비율이 높고,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비율은 낮았다”고 덧붙였다.

‘65세 미만 vs 65세 이상’ 4년제 대학 이상 학력 비율

‘65세 미만 vs 65세 이상’ 4년제 대학 이상 학력 비율

이런 현상은 노인 근로자의 학력이 과거보다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2023년 노인 근로자의 44%는 ‘4년제 대학 이상 학력’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1987년(18%)보다 훨씬 증가한 수치다. 특히 여성의 학력이 크게 신장했다.

이처럼 미국이 일하는 노인을 양질의 일자리로 흡수하는 것은 1967년 제정된 ‘고용상 연령차별금지법’이 꾸준히 시행되고 있고, 노인 재교육 프로그램도 효과를 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정책으로 뒷받침하고 개인은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다. 퓨리서치센터는 또 “‘요즘 노인’들은 ‘옛날 노인’보다 신체적으로 더 건강하고 개개인의 은퇴 계획도 더 치밀해졌다”면서 “직업도 예전보다 신체 활동을 덜 수반하는 등 ‘노령 친화적’이 된 점도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상황이 다르다. 최저임금위원회 등에 따르면 2022년 최저임금(당시 시급 9,160원)보다 적은 급여를 받은 근로자(275만6,000명) 중 45.5%(125만5,000명)가 60세 이상 노인이었다. 이 비율은 2018년(32.5%) 2020년(37.3%), 2022년(45.5%) 등 꾸준히 상승했다.

강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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