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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 칼리와 더불어 세상에 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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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잡지 ‘미즈(Ms.)’가 1971년 12월 20일 ‘뉴욕매거진’ 1972년 봄호의 별지 부록 형식으로 세상에 등장했다. 잡지 칼럼니스트 글로리아 스타이넘과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주의 활동가 도로시 피트먼 휴즈가 주도하고 작가 겸 저널리스트 레티 코튼 포그레빈(Letty Cottin Pogrebin) 등이 편집자로 참여했다. 표지는 화가 미리엄 워스크(Miriam Wosk)가 그린 힌두 여신 칼리(Kali). 힌두 주신 시바의 아내로서 때로는 시바를 압도하며 영원한 시간과 파괴, 변화를 주관하는 칼리는, 임신한 몸에 8개의 팔로 시계와 갈퀴, 프라이팬, 다리미 등을 저글링하듯 든 모습으로 표지에 등장했다. 커버스토리는 당시 불법이었던 ‘낙태’ 문제였다. “사회가 억압하고 귀 기울이지 않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매체”라는 스타이넘의 기획 의도대로, 잡지는 낙태를 경험한 여성들의 대담한 사연을 담았다. 미즈라는 매체 이름처럼, 관용적으로 쓰이는 성차별적 표현들에 대한 고발과 실비아 플라스 등의 문학 작품도 수록했다.
여성들에게 ‘미즈’는 가뭄의 단비 같은 매체였다. 뉴욕매거진은 부록 덕에 출간 사흘 만에 30만 부가 매진됐고, 몇 주 사이 2만6,000건의 신규 구독 신청이 쇄도했다. 미즈는 이듬해 7월 1일 독립잡지로 출발했다. 실질적인 창간호 표지에는 1944년 데뷔한 D.C코믹스의 초능력 아마존 전사 ‘원더우먼’이 등장했다. 거친 전장을 뚫고 진실의 올가미(채찍)로 가정과 마을을 지키는, 다시 말해 세상을 구하는 여성 슈퍼히어로. ‘72년의 평화와 정의’라는 거대한 입간판도 배경에 담겼다.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여성은 어떻게 (누구에게) 투표해야 할 것인가’라는 제목을 단 에세이를 썼고, 시몬 드 보부아르도 필진으로 참여했다.
2세대 페미니즘의 등대이자 산실이었던 월간지 ‘미즈’는 1987년 5월부터 계간지로 전환돼 지금도 발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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