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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 반대' 거리로 나선 의협...여론은 싸늘 "의사 파업 지지 안해"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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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대한의사협회(의협)가 17일 도심에서 집회를 열어 정부에 으름장을 놨지만 의협의 속내는 복잡한 상황이다. 예전만 못한 결속력에 투쟁 방식을 두고 내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총파업 찬반 투표가 마무리됐어도 국민 10명 중 9명이 의대 증원에 찬성하는 압도적인 여론에 3년 전 같은 집단행동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의협은 이날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대한민국 의료 붕괴 저지를 위한 제1차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를 열고 정부를 규탄했다. 당초 덕수궁 대한문에서 서울역을 거쳐 용산 대통령실 인근까지 거리행진을 예정했지만 한파를 이유로 전쟁기념관에서 '대통령님에게 드리는 글'을 낭독한 뒤 해산했다.
의협 궐기대회는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촉구한 올해 5월 이후 7개월 만이고, 의대 증원 문제로 거리에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1일부터 회원을 상대로 진행한 집단 진료거부 등 총파업 찬반 투표가 끝나는 날에 맞춰 집회를 열었다. 의협은 시도의사회와 의대생을 포함해 약 8,000명이 참가했다고 밝혔다. 의협 집계가 맞다고 해도 전체 회원이 약 14만 명이라 집회 참가율은 10%에 미치지 못했다.
의협 집행부는 연일 대정부 압박 수위를 높여도 회원들의 의견이 갈라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습이다. 의협이 강경 투쟁 의지를 보여주고자 전면에 내세웠던 최대집 투쟁위원장은 회원들의 반발로 지난 14일 갑작스럽게 물러났다. 이에 현 집행부 대신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자는 여론이 형성돼 궐기대회 직전 의협 임시대의원총회가 소집되기도 했다. 찬성이 과반을 넘지 못해 비대위는 무산됐지만 집행부는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은 셈이다.
집행부를 향한 불신과 함께 연일 강경 발언과 투쟁을 보여주는 게 맞냐는 회의론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최 전 위원장은 이필수 의협 회장의 전임자로 3년 전인 2020년 7, 8월 의협과 전공의들의 진료 거부, 의대생들의 의사 국가시험 거부 사태를 지휘했다. 당시 국민 여론과 동떨어진 강경 노선과 의대생들의 피해로 역효과를 불렀는데, 이번에도 회원들 사이에서는 그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다.
게다가 정부가 의대 증원과 함께 필수·지역의료 정책 패키지를 마련하기로 해 파업 명분도 마땅치 않다. 의료계 일각에서 "집행부가 성급하게 나설 게 아니라 제대로 된 협상과 노선으로 실익을 챙겨야 한다"는 의견이 만만치 않은 이유다. 파업 찬반 투표를 공개하지 않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알려졌다.
의료계에서 제기되는 신중론에는 여론도 영향을 미쳤다. 최근 여론조사를 종합하면 국민은 의사들에게 등을 돌렸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이날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대 정원 확대와 의협의 총파업 추진에 대한 대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응답자의 89.3%는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노조가 지난달 실시한 여론조사(의대 증원 찬성 82.7%)보다 찬성률이 6.6%포인트 높아졌다. 증원 규모에 대해서는 '1,000명 이상'(47.4%) 응답률이 절반에 가까웠고, '2,000명 이상'도 28.7%나 됐다.
10명 중 9명 가까이가 의대 증원을 이유로 한 집단 진료 거부에도 반대했다. '의협이 진료 거부 또는 집단 휴업에 나서는 것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85.6%였고, 71.9%는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의협의 입장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의대 증원 결정권이 '의협에 있다'는 답변은 10.5%에 그쳤다. 87.3%는 '국민과 정부가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정부는 의사들의 반대와 몽니에 휘둘리지 말고 국민 요구에 따라 의대 증원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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