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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심장 멎는 ‘급성 심정지’ 골든 타임 4분 불과

입력
2023.12.17 19: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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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 최고] 심근경색·부정맥·뇌졸중 등이 가장 큰 원인… 생존율 7.8% 불과

급성 심정지가 발생했을 때 4분 이내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면 생존 가능성이 높지만 CPR 시행이 1분 늦어질 때마다 생존율은 7~10%씩 떨어진다. 게티이미지뱅크

급성 심정지가 발생했을 때 4분 이내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면 생존 가능성이 높지만 CPR 시행이 1분 늦어질 때마다 생존율은 7~10%씩 떨어진다. 게티이미지뱅크

‘급성 심정지(sudden cardiac arrest)’는 갑자기 심장 활동이 심각하게 떨어지거나 멈춘 상태를 말한다. 부정맥(不整脈)·저혈압·쇼크·호흡곤란·흉통 악화 같은 형태로 나타난다.

최근 소방청·질병관리청이 ‘제12차 급성 심장 정지 조사 심포지엄’에서 밝힌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119로 이송된 급성 심정지 환자는 3만5,018명(10만 명당 68.3명)이었다. 119가 이송한 환자 중 병원을 찾아 의무 기록 조사까지 끝낸 환자는 3만4,848명이었는데, 이 중 2,701명(생존율 7.8%)이 생존했다.

심정지 발생 원인으로는 심근경색과 부정맥, 뇌졸중(腦卒中) 등 질병으로 발생한 경우가 78.3%였으며, 추락·교통사고 등 다른 요인이 20.9%였다. 심정지 환자는 남성(63.9%)이 여성(36.1%)보다 많았고, 나이가 많을수록 더 흔히 발생했다. 80세 이상이 32.1%였고 70대(21.8%), 60대(18.3%), 50대(12.9%), 40대(7%), 30대(3.4%), 20대(2.5%) 순이었다.


◇심정지 골든 타임 4분 불과… 심폐소생술 즉시 시행해야

심정지 상태가 2분 정도 지나면 대뇌피질세포가 사멸하고 6~8분 지나면 전신으로 파급돼 사망에 이르게 된다. 산소 농도가 4~6%라면 40초 이내 혼수상태가 된다.

심정지가 발생했을 때 4분 이내 ‘심폐소생술(cardiopulmonary resuscitation·CPR)’을 받으면 생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CPR 시행이 1분 늦어질 때마다 환자 생존율은 7~10%씩 떨어진다. 그러나 골든 타임(4분) 이내 CPR 및 자동심장충격기(AED)를 사용하면 환자 생존율을 80%까지 올릴 수 있다.

따라서 심정지 환자가 119 구급대원을 기다리는 동안 환자 가슴을 지속적으로 압박해 심장 역할을 대신하는 CPR이나 AED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 소방청·질병관리청 발표에 따르면, 심정지 환자 가운데 이송 전 주변인으로부터 CPR을 받은 경우 생존 확률이 그렇지 않을 때보다 2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 당시 시민들과 119 구조대원들이 심정지 환자에게 심폐소생술(CPR)을 시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 당시 시민들과 119 구조대원들이 심정지 환자에게 심폐소생술(CPR)을 시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관상동맥 질환으로 가장 많이 발생

심정지 발생 원인은 1차적으로 심장 기능 장애로 발생하는 ‘심장성 심정지’와 다른 질환 합병증으로 나타나는 ‘비(非)심장성 심정지’로 나뉜다. 비심장성 심정지는 심장이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하더라도 다른 장기 기능 부전에 의해 2차적으로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심정지 원인으로는 폐 질환·기도 폐쇄 등으로 인한 호흡 부전을 들 수 있다. 특히 어린이는 기도 폐쇄에 의한 질식이나 급성 영아사망증후군이 가장 흔한 원인이다.

심장성 심정지는 관상동맥 질환 때문에 가장 많이 발생하고, 다른 심혈관 질환·심장 박출량 급감·부정맥·유전 질환 등도 원인이다. 심장성 심정지는 흉통·심계항진(心悸亢進)·호흡곤란·전신 쇠약감 등의 전조 증상이 나타난다.

심정지를 치료해도 회복돼 퇴원하는 경우가 10% 미만에 불과하다. 심정지가 발생한 뒤 4분 이내 CPR을 받지 않으면 허혈성뇌손상이 생긴다.

양정훈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 교수는 “심정지 골든 타임은 4분 이내에 불과해 환자가 발생하면 주변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CPR을 시행해야 한다”고 했다.


◇환자 심장 깨우는 CPR·AED 사용법 숙지해야

평소 심폐소생술(CPR)이나 자동심장충격기(AED) 사용 수칙을 알아두면 심정지 상황에 대처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2020년 개정된 ‘한국형 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CPR 절차는 ①심정지 환자 발견 시 119에 신고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AED를 요청한다. ②가슴 압박은 영아(0∼1세)는 4㎝, 어린이(2∼7세)는 4∼5㎝, 성인(8세 이상)은 5~6㎝ 깊이로 강한 힘을 실어야 한다. 단 횟수는 분당 100∼120회이고 중단하는 시간은 10초가 넘어가지 않도록 한다. ③AED가 준비되면 음성 안내에 따라 행동한다. 119구조대가 도착하거나 환자가 깨어날 때까지 CPR과 심장 충격을 반복 시행한다.

특히 CPR 가이드라인에서 가슴 압박과 함께 실시하는 AED는 심정지 환자의 심장 리듬을 자동 분석해 소생을 돕기에 일반인도 사용할 수 있다.

AED 작동은 다음과 같다. ①환자 상의를 벗긴 후 장비 내 표시된 그림과 음성 안내에 따라 패드를 환자의 가슴에 부착한다. ②AED가 환자 심전도를 분석했을 때 심장 충격이 필요하면 음성 안내 후 장비가 심장 충격을 위한 에너지를 자동 충전한다. ‘핸즈오프(hands-off) 타임’이라고 불리는 이 시간에는 CPR을 중단하고 환자에게서 떨어져 있어야 한다. 이 시간이 길어질수록 환자 생존 및 회복 가능성이 줄어들기에 미국심장협회(AHA)는 핸즈오프 타임을 10초 이내로 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③핸즈오프 타임 후 심장 충격을 실시하라는 음성 지시가 나오면 오렌지색 버튼을 눌러 심장 충격을 가한다. 이후 즉각 가슴 압박을 재개한다. 장비가 심장 충격이 필요하지 않다고 분석해도 가슴 압박을 계속한다. AED는 2분마다 환자 심전도를 분석해 심장 충격 필요성을 안내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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