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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가입’ 한발 다가선 우크라, 71조 지원안은 무산

입력
2023.12.15 16:07
수정
2023.12.15 16:38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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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 헝가리 기권에 EU 회원국 협상 개시 극적 합의
추가 지원 논의는 내년으로 미뤄져...헝가리 총리 반대
BBC “우크라군, 무기 부족 시달려...전선서 포탄 아껴”

14일 우크라이나 키이우 시청 인근에서 국방 예산을 늘려달라는 집회에 참석한 이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키이우=EAP 연합뉴스

14일 우크라이나 키이우 시청 인근에서 국방 예산을 늘려달라는 집회에 참석한 이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키이우=E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지원을 얻기 위한 과정이 ‘산 넘어 산’이다.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 회원국 가입 협상은 천신만고 끝에 시작하게 됐지만, 당장 러시아와의 전쟁에 쓸 자금 추가 확보는 불발됐다. 최전선에서 쓸 포탄마저 부족해진 우크라이나로서는 속이 끓는 상황이다.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이날 우크라이나의 EU 회원국 가입 관련 표결 당시 회의장을 떠나며 사실상 기권, 가입 협상 개시가 결정됐다. 사전에 합의된 행동으로, EU는 헝가리를 제외한 나머지 26개국 정상만 배석한 상태에서 안건을 통과시켰다. 러시아의 침공 이후 EU 가입을 신청, 지난해 6월 후보국 지위를 부여받은 우크라이나는 비로소 가입 협상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다. 신청 시점으로부터 22개월 만이다.

다만 실제 가입까지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가장 최근 EU에 가입한 크로아티아의 경우 가입 신청에서 최종 승인까지 10년이 소요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우크라이나의 승리이자 유럽 전체의 승리”라고 환영했지만, 이는 ‘절반의 승리’에 그쳤다. 헝가리가 또 다른 정상회의 안건인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에는 반대하면서 결렬시킨 탓이다.

회원국 자격 협상 개시 합의 불과 몇 시간 만에 오르반 총리는 500억 유로(약 71조 원) 규모 우크라이나 추가 원조에 반대하고 나섰다. 27개 EU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동의해야 처리되는 만큼 헝가리의 ‘나 홀로 반대’ 때문에 지원 추진은 어려워졌다. 오르반 총리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EU의 러시아 제재 등에 제동을 걸며 친(親)러시아 성향을 보여왔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14일 벨기에 브뤼셀 유럽연합(EU) 본부에서 언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브뤼셀=AFP 연합뉴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14일 벨기에 브뤼셀 유럽연합(EU) 본부에서 언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브뤼셀=AFP 연합뉴스

오르반 총리는 “우크라이나는 회원국이 아니라 EU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받을 수 없다”는 이유를 댄 것으로 전해졌다. EU는 내년 초 다시 관련 계획을 논의할 계획이다.

우크라이나는 EU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추가 지원 예산이 의회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다. 공화당이 다수인 미국 하원이 610억 달러(약 79조 원)에 이르는 우크라이나 군사 원조안에 협조를 거부하면서다.

전쟁 장기화로 가뜩이나 국제사회의 피로감이 더해가지만, 우크라이나는 그 어느 때보다 지원이 절실하다. BBC는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우크라이나군이 포탄을 아껴가며 싸우고 있다고 전했다. '돈줄'이 바닥났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동부 바흐무트 근처에서 러시아군과 맞서고 있는 93여단의 한 군인은 “공격 대상이 확인되더라도 무기 부족 때문에 포탄 한 발만으로 처리해야 한다”면서 “서방으로부터 군사 지원이 없다면 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라고 호소했다.


전혼잎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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