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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의 꿈 앞에는 늘 사활의 악몽이…

입력
2023.12.13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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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3 고대 펭귄

현존 가장 몸집이 큰 펭귄 종인 황제펭귄(가운데)과 멸종한 고대 펭귄(Palaeeudyptes klekowskii). Nature Picture Library

현존 가장 몸집이 큰 펭귄 종인 황제펭귄(가운데)과 멸종한 고대 펭귄(Palaeeudyptes klekowskii). Nature Picture Library

새처럼 날고 싶다는 인류의 꿈은 비싸고 거추장스러운 장비나 수단으로 제한적으로만 가능한, 미완의 꿈이다. 그 꿈은 인류가 수억 수십억 년을 더 버텨 진화해도 가망 없을 불가능한 꿈일지 모른다.
진화 과학자들은 신생대 초기 진화를 완성한 조류 상당수가 거꾸로 스스로 비행을 포기했다며, 비행 능력은 생존 등 절박한 사정이 없는 한 ‘사치’라고 주장한다. 아무리 멋지고 자유로워 보여도 새들에게 비행은 고되고 비효율적인 이동 방식이어서, 새들도 최악의 천적만 없으면 땅에서 날개 대신 다리로 살고 싶어 하고, 또 그렇게 상당수가 진화해 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선택적 진화는 상당수의 경우 성급했다. 2020년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연구팀은 12만6,000년 전(후기 흘라이스토세) 현생 인류가 터를 잡은 이래 멸종한 581종의 조류 화석을 조사한 결과 166종이 날기를 포기한 종이었다고 밝혔다. 날개를 꺾는 대신 천적을 견제하거나 피할 수 있는 강력한 부리나 뿔, 튼튼한 다리를 얻지 못한 종이었다. 비행을 포기한 채 현재 살아남은 조류는 약 60종. 펭귄도 그중 한 종이다.

고대 펭귄은 2008년 영국 BBC의 만우절 영상의 아델리 펭귄들처럼 하늘을 나는 바닷새였지만, 약 6,500만 년 전 우리가 낱낱이 알 수 없는 사연들로 비행을 포기하고 생명 진화의 고향인 바다로 복귀했다고 한다. 공기역학이 아닌 유체역학의 세계로 뛰어든 그들은 수압과 조류에 맞서기 위해 단단한 근육과 유선형 몸매를,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두꺼운 지방층을 지녀야 했다. 독일 연구팀이 2017년 12월 13일 공개한, 5,500만~6,000만 년 전 뉴질랜드 해역에 살았던 고대 자이언트 펭귄은 키 177cm에 몸무게 약 100kg으로 추정됐다.
만일 인간이 나는 존재로 진화한다면 그건 꿈의 완성이 아니라 악몽의 결과일 것이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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