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수학 1등급 96.5%가 이과생"… '문과 침공' 한층 거세진다

입력
2023.12.10 19:00
수정
2023.12.10 21:5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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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학원, 수학 성적 분석 결과
3년간 통합수능서 가장 높아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표 배부일인 지난 8일 오전 대전 괴정고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들이 교사와 대입상담을 하고 있다. 대전=뉴스1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표 배부일인 지난 8일 오전 대전 괴정고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들이 교사와 대입상담을 하고 있다. 대전=뉴스1

지난달 치러진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수학 영역 1등급의 이과생 독차지 현상이 더욱 심화됐다는 입시업계 분석이 나왔다. 수학 선택과목 간 난이도 차이로 이과생이 주로 선택하는 과목의 표준점수가 문과생 선택과목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영향이 크다. 올해로 3년째 문·이과 통합수능이 시행되며 대학 계열 간 교차지원이 자유로운 가운데, 이번 대입에서 이과생이 수학 성적의 상대적 우위를 바탕으로 상위권 대학 인문계 학과에 지원하는 이른바 '문과 침공' 현상이 한층 뚜렷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0일 종로학원은 올해 수능 응시생 3,198명의 표준점수 성적을 분석한 결과, 수학에서 1등급(상위 4.2%)을 받은 응시생 중 미적분이나 기하 과목을 선택한 사람의 비율이 96.5%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3개 선택과목 중 나머지 하나인 확률과통계 응시자는 수학 1등급 학생의 3.5%에 그쳤다. 미적분·기하는 주로 이과생, 확률과통계는 문과생이 응시하는 과목이다.

이는 총 세 번의 통합수능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비율이다. 종로학원 통계에 따르면 통합수능 첫해인 2022학년도 수능에선 수학 1등급 내 미적분·기하 응시생 비율이 86.0%, 2023학년도 수능에선 81.4%로 올해보다 10~15%포인트가량 낮다.

수학 상위권의 '이과생 우위'는 3등급까지 이어졌다. 미적분·기하 응시생은 2등급에서 71.7%, 3등급에서 71.4%를 차지했다. 확률과통계 응시생은 4등급에 가서야 과반 점유율(52.9%)을 보였다.

이런 현상은 수학 선택과목의 표준점수 격차 확대와 관련 있다는 게 입시업계의 공통적 분석이다. 종로학원은 올해 수능에서 미적분 표준점수 최고점(148점)이 확률과통계(137점)보다 11점이나 높다고 분석했다. 2022학년도와 2023학년도 수능에서는 각각 3점 차이였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국어·수학 영역의 선택과목별 표준점수를 공개하지 않는다.

통상 미적분·기하가 확률과통계보다 문제가 어렵게 출제되다 보니 똑같이 고득점을 했더라도 미적분·기하 응시자의 표준점수가 높은 경향을 보이고 있다. 표준점수는 응시자 원점수가 응시집단의 평균점수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나타내는 지표라서, 평균이 낮으면 고득점자의 표준점수가 올라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출제 난이도 격차가 더 커지면서 표준점수 최고점 차이도 확대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렇다 보니 확률과통계 만점자보다 더 높은 표준점수(138점 이상)를 받은 자연계열 학생이 6,835명에 달한다는 게 종로학원의 집계 결과다. 2022학년도 수능(2,930명)의 2.3배, 2023학년도 수능(1,017명)의 6.7배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수학 상위 1~3등급 전 구간에서 자연계열(이과) 학생이 인문계열(문과) 학생보다 많다"며 "자연계열 학생들이 전공과 관계없이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려고 인문계열 학과로 교차 지원하는 현상이 매우 광범위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격차를 초래하는 통합수능의 구조적 문제는 수능 체제와 함께 대입 제도 전반이 개편되는 2028학년도 입시 전에는 해소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 전망이다. 서울중등진학지도연구회 총무국장인 장지환 배재고 교사는 "의대 진학을 노리는 최상위권을 변별해야 할 필요 때문에 이과생이 주로 치는 미적분을 쉽게 낼 수도 없다"며 "출제당국이 선택과목 유불리 해소는 사실상 포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능 위주 정시 선발 비중이 현행처럼 유지되는 한 입시 제도 개편 전까지는 문과생도 미적분 응시 비율이 점차 늘어나고 그로 인해 학습 부담과 사교육 의존도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손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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