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 배제' 수능 아이러니...만점자·최고점자 '킬러 전문' 학원 출신

입력
2023.12.09 04:30
1면
구독

둘 다 서울 대치동 재수학원 수강생
불수능에 주요 대학 합격선도 상승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가 배부된 8일 경기 수원시 효원고 3학년 학생들이 대학 지원 참고표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가 배부된 8일 경기 수원시 효원고 3학년 학생들이 대학 지원 참고표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유일한 전 과목 만점자와 표준점수 최고 득점자는 '초고난도 문항'(일명 킬러문항) 집중 훈련으로 유명한 대치동 학원에서 재수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출제 당국은 킬러문항을 철저히 배제하고 고교 교육과정을 충실히 따르면 풀 수 있는 문제를 냈다고 강조했는데, 유명 재수학원 출신이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하는 모순된 상황이 벌어졌다.

8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A학원은 "수능 만점자와 표준점수 최고 득점자로 추정되는 학생 모두 수강생이 맞다"고 밝혔다. 수능 전 과목 만점자는 경기 용인시 한국외국어대 부설 고등학교(용인외대부고) 졸업생인 유리아씨고, 표준점수가 449점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진 수험생은 대구 경신고를 졸업한 이동건씨다.

표준점수는 응시자의 원점수가 응시집단의 평균점수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나타내는 지표라 응시집단 평균이 낮고 비슷한 점수대에 몰려 있을수록 고득점자의 표준점수는 높아진다. 이씨는 과학탐구 중 표준점수 최고점이 가장 높은 화학Ⅱ(80점)를 선택해 유씨보다 높은 표준점수를 받았다.

출제 당국이 킬러문항 배제 방침을 한껏 강조한 수능인데 대치동 재수학원 수강생들이 만점자와 최고 득점자라는 게 공교로운 대목이다. A학원은 의대 입시를 노리는 상위권 재수생을 선별해 받는 곳으로, 명문대 신입생들이 만든 킬러문항을 수강생들에게 반복 학습시켜 이름을 알렸다. 지난 10월에는 현직 교사들이 대형 입시학원으로부터 수년간 수천만 원을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사교육 카르텔'을 거론한 배경도 A학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킬러문항 출제 여부도 계속 논란이 되고 있다. 올해 수능은 출제 과정에서 현직 교사들로 구성된 점검위원회가 킬러문항 여부를 검수했고, 수능 당일 문제를 분석한 EBS 강사들은 '킬러문항이 없었다'는 평가를 내놨다. 수능 이후에는 현직 교사로 구성된 수능 평가 자문위원회가 다시 한번 킬러문항이 없었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반론이 만만치 않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수학에서 6문제가 킬러문항이라 지적했고, 중등교사노조가 수능 교과목을 담당하는 현직 교사 2,27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75.5%가 '킬러문항이 있었다'고 답했다.

결과적으로 시험 난도는 '불수능' 평가가 나올 정도로 상승해 대학 정시 합격선도 일제히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표준점수 최고점이 국어는 전년 수능보다 16점 오른 150점, 수학은 3점 높아진 148점이다.

입시업체들은 서울대 의예과 정시 합격선(표준점수 합)을 428~434점으로 예측하고 있다. 서울대 경영학과의 경우 예상 합격선은 406~411점이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서울대 의예과 예상 합격선은 11∼20점, 경영학과는 8∼10점 높아졌다.

홍인택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