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아지고 다양해지는 방송 자막

입력
2023.12.09 00:00
수정
2024.01.05 10:28
19면
YTN 뉴스 영상 캡처

YTN 뉴스 영상 캡처

최근 한 웹예능 프로그램에서 1990년대에 방송한 뉴스를 따라하는 코너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당시의 방송화면과 비교해서 요즘 화면에서 느끼는 변화 중의 하나가 바로 방송 자막이 다양해지고 활용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뉴스를 포함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자막은 기본적으로 프로그램의 제목, 출연자, 시간, 장소 및 제작진을 알려주는 기능을 한다. 그리고 프로그램을 소개하거나 노래가사를 제공하고, 외국영화나 외국인 출연자들의 경우 번역 또는 대사를 제공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프로그램의 정보 전달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라고 하겠다. 뉴스의 경우 현장 인터뷰에서 소음이 많은 경우 정확한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자막으로 처리하기도 하고, 시청자들에게 보충적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출연자의 약력 등을 자막으로 처리하는 경우 등이 있다.

방송에서 자막의 활용은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문화방송의 '무한도전'이나 한국방송의 '해피선데이-1박2일'처럼 2000년대 중반 이후 대세를 이루게 된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자막은 단순한 정보의 요약이나 새로운 정보의 제공 등 시청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기본 기능과 함께 시청자와 제작진이 직간접적으로 소통하는 수단이 되었다. 특히 자막을 통해 제작진이 의도적으로 개입하기도 하는데 이를 통해 출연자의 캐릭터를 적극적으로 만들어가면서 출연자와 제작진의 관계를 설정할 뿐만 아니라 시청자와 제작진의 관계를 설정하기도 하였다. 시청자들은 제작진이 제공하는 자막을 보면서 제작진과 직접 소통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 동시에 더욱더 등장인물과 사건에 몰입하게 된다.

자막과 관련하여 방송 뉴스 화면에서 느껴지는 변화는 정보의 양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최근의 방송 뉴스화면을 보면 내용을 요약하는 자막뿐만 아니라 속보의 형식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날씨나 증권정보 등도 자막의 형식으로 함께 제공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원인을 몇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겠다.

먼저 방송이 디지털이 됨에 따라 자막을 만들고 제공하는 과정이 빠르고 간단해졌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인공지능 및 자동화를 통해 실시간 자막 또는 번역도 가능하게 되었고 이러한 변화는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 방송화면이 4:3에서 16:9로 넓어지면서 자막이 들어갈 공간이 많아졌다고도 볼 수 있다. 아마도 시청자의 이용 패턴 변화도 한몫하고 있는 듯하다. 예전에는 텔레비전 방송을 안방이나 거실에서 가족이 모여 시청하였다면 지금은 이동 중이나 일을 하는 동안에 공공장소에서 시청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러한 경우에 이어폰을 이용하여 소리를 듣는 경우가 대부분이겠지만 음량을 낮추고 눈으로만 시청하는 경우도 많아졌다고 할 수 있다.

결국 방송에서 자막 사용의 증가는 방송의 기술적 변화와 시청자 이용환경 변화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방송 자막이 우리의 방송을 더욱 정보적이고 더욱 오락적이 되도록 하고 있지만, 자막의 사용이 많아지다 보니 실수나 오류를 범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사람이 하는 일에는 언제나 실수나 오류가 있을 수 있지만 여러 사람들이 동시에 시청하는 뉴스와 같은 정보프로그램에서는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 아무튼 우리가 알게 모르게 방송은 변하고 있고, 이러한 변화를 살펴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라고 하겠다.


김옥태 한국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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