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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퉁불퉁한 글로벌 금리인하의 길

입력
2024.10.15 00:00
27면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달 18일 워싱턴 DC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년 반 만의 기준금리 인하 방침을 설명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달 18일 워싱턴 DC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년 반 만의 기준금리 인하 방침을 설명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달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50bp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하면서 글로벌 통화정책이 전반적으로 완화 기조로 전환되었다. 금리인하 폭에 대해 일부 논란이 있으나 연준의 선제적 조치가 경기 연착륙에 기여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 S&P500 지수는 10월 11일까지 3.5% 상승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하였다. 금리인하 추세 지속과 경기 연착륙에 대한 낙관론이 유지되고 있으나 잠재 위험 요인도 상존하고 있어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먼저 주목할 것은 예상보다 견조한 미국 경제이다. 미국의 9월 비농업고용(25.4만 명),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월비 2.4%)이 모두 시장 예상치(각각 15만 명/2.3%)를 상회하면서 인플레이션 하락 속도가 더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착륙(Soft Landing) 내지 무착륙(No Landing) 전망이 대두되고, 금리인하로 약세를 보이던 달러화는 강세로 돌아서고, 미국 국채(10년물) 금리는 상승하고 있다. 경제지표 의존성을 강조하는 연준의 정책 결정 방식을 감안할 때 금리인하 속도가 다소 신중해질 것이다.

한편, 금리인하 경로에 대한 연준과 시장 간의 인식 격차로 인한 불확실성도 지속되고 있다. 지난달 FOMC 직후 연준은 금년 말까지 50bp 인하를 예상하였으나, 시장은 11월 연속 '빅컷'과 함께 금년 말까지 75bp 인하하는 큰 폭의 금리인하를 기대하면서 주가와 환율이 한때 크게 출렁이기도 하였다. 최근 시장의 금리인하 기대가 약화되었으나 향후에도 연준과 시장의 기대 차이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반복될 수 있다.

중동전 확대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란 간의 상호 보복의 악순환 속에서 전면전 가능성으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수요 약화로 하락세를 보이던 국제유가(WTI 기준)는 10월 11일 현재 9월 말 대비 10.8% 상승하였다. 중동 정세 악화는 유가 상승과 공급망 혼란을 통해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을 자극하고, 안전자산 선호로 달러화 강세 요인이 될 수 있다.

또한, 중국경제의 회복력도 불안하다. 지난달 말경 중국은 금리인하, 부동산 및 증시 부양책, 재정지출 확대 등 전방위적인 정책 수단을 동원한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발표하였다. 그 결과 중국 증시가 한때 20% 이상 급등하기도 하였으나 최근 추가적인 경기부양책 기대 약화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 침체, 규제와 경제 심리 악화, 미·중 갈등과 같은 중국경제의 구조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내재된 만큼 추가적인 경기 부양책과 경기회복 가능 여부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다가오는 미국 대선 결과도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변수이다. 과거 경험상 미국 대선 이후 주식시장은 불확실성 해소와 정책 기대감 등으로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이번에도 경기 연착륙 기대와 맞물려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양 후보가 모두 중국 견제와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고 있고 경제안보정책 강화로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글로벌 금리인하가 본격화되고 있으나 그 길은 복잡하고 울퉁불퉁할 것이다. 강한 미국 경제와 중동정세 불안은 달러화와 미국 자산에 대한 선호를 강화하는 요인이지만, AI 산업을 중심으로 미국 증시의 고평가 부담이 커지고 있고, 앞으로 나올 주요 경제지표와 대선 결과에 따라 시장은 높은 변동성을 보일 수 있다. 또한 금리인하 지연과 강달러가 재개될 경우 경기둔화에 대응해야 하는 각국의 정책 유연성이 제약될 수 있다는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


이용재 국제금융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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