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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방송 등급심의 적절" 39%뿐… "폭력· 모방위험 기준 엄격 적용해야" [여론 속 여론]

입력
2023.12.09 04:30
13면

영상물등급심의

2009년 9월 도쿄 베이코트 클럽에서 열린 애니메이션 '겨울연가' 완성 피로회견에 참석한 배우 배용준과 최지우. 한국일보 자료사진

2009년 9월 도쿄 베이코트 클럽에서 열린 애니메이션 '겨울연가' 완성 피로회견에 참석한 배우 배용준과 최지우. 한국일보 자료사진

2002년 겨울연가부터 시작한 한류는 전 세계인이 즐기는 거대한 문화적 흐름이 돼 그 자체가 하나의 장르가 됐다. 한국 콘텐츠의 인기 요인에 대해 성적인 관계보다는 내면의 감정에 집중한다는 점, 건전하고 건강한 주제, 소재의 다양성, 낮은 폭력성 등이 주로 언급되곤 한다. 혹자는 이러한 한국 콘텐츠 특성의 배경으로, 영상물 콘텐츠에서 윤리성 및 공공성을 확보하고 아동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영상물 등급심의제도’(이하 영상물 등급심의)를 주목한다.

한국의 영상콘텐츠가 소재 고갈과 신선함 부재에 직면했다는 비판이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고 영상제작사들 간의 경쟁 또한 날로 심화되고 있다. 이에 영상콘텐츠에서 다루는 주제가 이전보다 자극적으로 변했고, 폭력성과 선정성 수위 또한 이전보다 높아졌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러한 인식이 자칫 영상물 등급심의에 대한 사람들의 불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닐까?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팀은 지난 10월 27일부터 30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영상물 등급심의에 대한 여러 인식과 평가를 알아보는 조사를 진행했다.

영상물 등급심의에 대해 ‘들어본 적은 있으나 잘 모르겠다’ 48%

영상물 등급심의는 7가지의 세부 기준에 따라 이용 또는 시청 가능한 연령등급을 매기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영상 내용이 해당 연령층의 정서 및 가치관, 인격 형성 등에 끼칠 영향 또는 그 이해·수용 정도가 적당한지(주제), 신체 노출과 애무·정사 장면 등 성적 행위의 표현 정도(선정성), 신체부위, 도구 등을 이용한 물리적·성적 폭력과 이로 인해 발생한 상해·유혈·신체훼손·고통 등의 빈도와 표현 정도(폭력성), 욕설·비속어·저속어 등의 빈도와 표현 정도(대사), 긴장감과 불안감, 그 자극과 위협으로 인한 정신적 충격 유발 정도(공포), 소재나 수단으로 다룬 약물 등의 표현 정도(약물), 살인·마약· 자살·학교폭력·따돌림·청소년 비행과 무기류 사용·범죄기술 등에 대한 모방심리를 고무·자극하는 정도(모방위험)가 어떠한지에 대해 판단해 등급을 분류한다.

전체 응답자의 47%는 영상물 등급심의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답했으나 48%는 ‘들어본 적은 있으나 잘 모르겠다’, 5%는 ‘처음 들어보았다’고 답했다. 해당 제도에 대해 10명 중 9명 이상이 들어본 적은 있었지만 구체적인 부분까지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전체의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현재 영상콘텐츠들은 콘텐츠별로 심의 주체가 세분화돼 있다. TV프로그램의 경우 각 방송사에서 자체적 기준을 마련해 등급을 심의한 후, 해당 기준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제출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영화나 비디오물, 뮤직비디오는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심의한다. 여기에 더해, 올해 5월 31일부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는 자체등급분류사업자로 지정돼 영상물등급위원회의 기준에 따라 자체적으로 등급분류 심의를 하고 있다. 이처럼 여러 곳에서 영상물 등급을 심의한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람은 48%, 전혀 모르는 사람은 47%였으며 잘 알고 있는 사람은 6%에 불과했다. OTT 업체가 자체등급분류심의 사업자로 선정된 사실에 대해서도 6%만이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영상물 콘텐츠별로 등급심의 주체가 다르다는 것과 OTT 업체가 자체적으로 영상물 등급을 분류하고 있다는 것은 대중들에게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OTT 업체가 자체등급분류심의 사업자로 선정된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46%, 부정적이라는 평가가 41%로 의견이 엇갈린다. 다만 전체 응답자의 60%가 ‘영상 콘텐츠별로 심의 기관을 따로 두고 있는 현재 방식이 적절하다’고 평가해, ‘한 기관에서 모든 영상 콘텐츠를 심의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29%)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영상물 등급심의 ‘적절하게 잘 되고 있다’ 개인제작 영상은 39%

사람들은 현재 영상물 등급심의 및 분류가 적절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할까? 지상파 3사 영상콘텐츠, 종편 및 케이블방송사 영상콘텐츠, 영화, OTT 오리지널 영상콘텐츠, 개인제작 영상콘텐츠 등 5개 유형으로 나눠 각각의 등급심의 및 분류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5개 유형 중 지상파 3사(적절하게 이뤄진다 74%), 영화(72%), 종편 및 케이블방송사(62%), OTT(62%) 영상콘텐츠는 등급심의 및 분류가 적절하게 잘 되고 있다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다. 반면 개인제작 영상콘텐츠에 대해서는 39%만이 적절하게 잘 되고 있다고 평가해 부정적인 의견이 다수였다.

개인제작 영상콘텐츠를 제외한 나머지 영상콘텐츠에 대해서는 등급심의 및 분류가 전반적으로 적절하게 이뤄진다는 평가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몇 가지 미흡한 지점도 확인된다. 7가지 세부 기준(주제, 선정성, 폭력성, 대사, 공포, 약물, 모방위험) 중 폭력성과 모방위험성에 대해서는 영상물의 유형과 관계없이 10명 중 4~6명이 등급에 비해 수위가 높다는 의견이다. 등급심의 및 분류가 적절하게 안 되고 있다는 부정적 평가가 우세했던 개인제작 영상콘텐츠는 7개 세부 항목 모두 등급에 비해 내용이 자극적이고 수위가 높다는 의견이 절반을 넘어 전반적인 등급 분류 개선방안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폭력성’과 ‘모방위험성’의 수위가 높다는 지적은 자연스럽게 지금보다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여론으로 이어진다. 영상물의 유형과 관계없이 ‘모방위험성’에 대해서는 전체 응답자의 절반 혹은 그 이상이, ‘폭력성’은 10명 중 4~6명이 지금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여기에 더해, 최근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약물’에 대해서도 절반 혹은 그 이상의 사람들이 영상물 유형과 관계없이 더 엄격하게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영상물 등급심의 제도 현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43%

'국가적인 검열 행위’라는 의견과 ‘국가가 행해야 하는 최소한의 안전 장치’라는 의견 등 우리 사회에서 영상물 등급심의 제도에 대한 논의는 지속적으로 이뤄져 왔다. 영상물 등급심의 제도 강화에 대한 질문에, ‘현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43%로 가장 높았다. 그다음으로 ‘지금보다 완화해야 한다’ 28%, ‘지금보다 강화해야 한다’ 23%, ‘폐지해야 한다’ 6% 순이었다. 현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높으나 완화 및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는 않다. 다만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소수로, 등급심의 제도가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23년 현재 우리는 영상물 콘텐츠의 대홍수 속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러 미디어 매체들을 통해 매일 수많은 영상물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사람들은 영상물 등급심의 제도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다만 한 기관에서 일률적으로 통제하기보다는 영상콘텐츠를 만드는 각 주체가 각자 다른 영상물 콘텐츠의 특성, 각기 다른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춰 분별적으로 심의하기를 원하고 있다. 윤리성과 공공성을 보호하는 동시에 영상물의 창의성과 품질을 훼손하지 않도록 현재의 영상물 등급심의 제도를 잘 운영해야 할 것이다.





박건춘 한국리서치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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