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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를 '사람 대접'해주기...그런 상상력이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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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국제적 멸종 위기종인 제주남방큰돌고래를 보호하기 위해 생태법인 도입을 위한 법 개정 절차를 밟고 있다. 생태적 가치가 중요한 자연환경이나 동식물 같은 비인간 존재에 인간과 동등한 법적 권리, 즉 법인격을 부여하는 방안 등이 골자다. 앞으로 누군가가 제주남방큰돌고래를 마구잡이로 포획하거나 해치면 사람에게 한 것과 똑같이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생태법인 도입을 통해 제주남방큰돌고래가 '인간의 지위'를 부여받게 되면 서식지가 훼손되는 등의 권리를 침해받았을 때 후견인을 통해 소송을 걸 수도 있다.
책은 이렇게 '인간'이 아니라 '지구'가 중심인 새로운 법제도와 정치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구법학' 도입의 시급성을 일깨운다. 급진적 주장은 인간의 권리만 강조하고 자연은 늘 지배 대상인 현재의 시스템으론 코로나19 팬데믹, 기후 위기 등 인류가 직면한 전 지구적 생태 위기를 막지 못한다는 위기 인식에서 비롯됐다. 인간은 지구에 존재하는 다양한 생명 중 하나일 뿐이고 번식할 권리도 인간이 아니라 지구로부터 주어진다는 사고의 전환이 지구법학의 출발이다. 이 변화를 위해선 국가와 영토를 구분 지어 이동을 제한하는 민주주의도 극복의 대상이다. 책을 쓴 법학, 사회, 정치학 교수들은 생태민주주의로 전환할 필요성을 제시하고 입법부와 행정부가 힘을 모아 인간과 비인간 주체에 치명적 피해를 끼칠 수 있는 기성 시스템을 점검하는 '심의적 미래부' 창설로 지구의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는 구체적 대안도 내놓는다.
환경과 사람이 공존할 수 있다며 세계 각국 정부가 쏟아내는 그린뉴딜 정책은 성장주의를 탈피해 지구와 인간의 상호 유익한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 시대의 전환을 위해 자기중심성을 버린 비판과 지구법학을 매개로 한 새로운 상상력은 그래서 시의적이고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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