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불수능, 국어 최고점 150, 수학 148... 문과침공 해소는 '글쎄'

입력
2023.12.07 14:03
수정
2023.12.07 15:2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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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는 2019학년도와 동률...만점자 급감
국어-수학 최고점 격차 11점→2점 감소
킬러문항 배제·문과 침공 논란은 계속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채점 결과, 국어·수학·영어 영역 모두가 어려운 '불수능'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출제당국의 '킬러문항' 배제 방침에도 상위권 학생들의 체감 난도는 높았을 거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어가 상대적으로 더 어려워지며 수학과의 불균형 문제는 해소됐지만, 선택과목 유불리 문제까지 해소된 건 아니라서 이과생이 인문계 상위권 대학에 대거 지원해 합격하는 '문과 침공' 현상이 여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어·수학·영어 모두 작년보다 어려워

7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올해 수능 채점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수능과 비교해 단연 난도 상승이 두드러진 건 국어 영역이었다.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은 지난해 수능보다 16점 오른 150점으로, 역대 최고점인 2019학년도 수능 국어(150점)와 동점이었다. 표준점수는 원점수(100점 만점)가 평균과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응시자들이 평균점수가 낮고 비슷한 점수대에 몰릴수록 고득점자 표준점수가 올라간다. 국어 만점자는 64명으로 지난해(371명)보다 크게 줄었고, 1등급 구분 표준점수(커트라인)도 126점에서 133점으로 올랐다.

그래픽=김문중 기자

그래픽=김문중 기자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은 148점으로 지난해보다 3점 올랐다. 현행 문이과 통합수능 체제가 시작된 2022학년도 수능(147점)보다도 1점 높았다. 1등급 커트라인은 133점으로 지난해 수능과 동일했지만, 만점자는 934명에서 612명으로 줄었다. 9월 모의평가(만점자 2,520명)와 비교하면 만점자 감소폭은 더욱 두드러진다.

절대평가인 영어는 원점수 90점 이상 1등급 비율이 4.71%였다. 수능 영어가 절대평가화된 2018학년도 이래로 가장 낮다. 상대평가의 1등급 비율이 상위 4%인 점을 감안하면, 학습 부담을 덜어준다는 절대평가화 취지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능 영어 1등급 비율은 2018학년도(10.03%)와 2021학년도(12.66%)처럼 10%대를 기록한 적도 있다.

지난달 16일 광주 북구 경신여고 대학수학능력시험 고사장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시작 시간을 기다리며 공부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6일 광주 북구 경신여고 대학수학능력시험 고사장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시작 시간을 기다리며 공부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중상위권 응시생이 느낀 난이도는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국어의 경우 1, 2등급 커트라인이 지난해 수능보다 높아졌으나 3, 4등급 커트라인은 오히려 낮아졌다. 수학은 1, 2등급 커트라인은 지난해와 동일한 반면 3등급은 1점이 하락했다. 영어는 1~3등급 학생 비율이 46.84%로 지난해(48.25%)보다 소폭 감소했다.

상위권의 수능 체감 난도가 높은 이유는 정부의 킬러문항 배제 방침에 졸업생 응시자 비율이 급증한 점과도 무관하지 않다. 올해 수능 응시자 44만4,870명 중 졸업생 및 검정고시 합격자 비율은 35.3%로 28년 만에 최대였다. 응시자 수는 6월 모의평가에 비해 6만3,197명 늘었는데, 올해 1학기까지 대학에 다니다 수능을 본 '반수생'이 늘어난 영향이다. 문영주 평가원 수능본부장은 "올해는 킬러문항을 배제하고도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냐는 사회적 우려가 있어서, 어느 시험보다도 고·중·저 난도를 적절히 배분해 출제하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래픽=김문중 기자

그래픽=김문중 기자

올해 수능 전 과목 만점자는 1명으로, 고3 재학생이 아닌 졸업생이었다. 지난해엔 3명(재학생 2명, 졸업생 1명)이 전 과목 만점을 받았다. 지난해와 올해 만점자 4명은 모두 탐구영역에서 과학탐구 2과목을 선택한 '이과생'이었다.

교육부 "킬러 배제하고도 상위권 변별력 높아"

교육부는 이날 별도의 보도자료를 내고 "킬러문항을 배제하고도 상위권 변별력은 높았다"고 평가했다. 또 "문제풀이 기술보다 사고력, 추론능력이 중요했다"며 사교육 효과가 제한적이었다는 평가도 내놨다. 특히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이 국어보다 11점 높았던 지난해 수능과 달리 국어와 수학의 표준점수 최고점 격차가 줄어든 점을 강조하며 "특정 영역(수학)이 대입에 미치는 영향력은 대폭 완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출제당국의 자평과 달리, 학교 현장이나 시민단체에선 올해 수능에도 킬러문항이 출제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전날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진작부터 초고난도 문제로 꼽힌 22번 문항을 포함, 수학영역에서 6문제가 교육과정을 벗어났다고 분석했다. 중등교사노조가 수능 과목 담당교사를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선 75.5%가 킬러문항이 사라지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날 평가원은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주장에 대해 "수능 수학영역 문항은 교육과정 수준과 범위 내에서 출제됐다"고 반박했다.

지난달 26일 서울 동작구 중앙대학교에서 열린 수시 논술고사에 응시한 수험생들이 고사장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6일 서울 동작구 중앙대학교에서 열린 수시 논술고사에 응시한 수험생들이 고사장을 나서고 있다. 뉴스1

또 국어·수학 표준점수 최고점 격차는 완화됐지만 두 영역에서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 문제가 해소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평가원은 국어·수학 선택과목은 표준점수 최고점을 공개하지 않지만, 입시업계는 과목별 점수차가 지난해 이상일 거라고 추정하고 있다. 국어는 화법과 작문보다 언어와 매체가, 수학은 확률과 통계보다 미적분이 표준점수 최고점이 더 높다는 것이다. 과학탐구 선택과목에선 응시자가 가장 적었던 화학Ⅱ의 표준점수 최고점이 80점으로 지구과학Ⅰ(68점)보다 12점이나 높았다.

통합수능이라고 해도 실질적으로는 문·이과 선택과목이 뚜렷이 갈리는 터라, 이 같은 점수차는 이과생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게 현실이다. 평가원에 따르면 국어에서 화법과 작문을 선택한 학생은 탐구영역에서 사회탐구만 응시한 비율(53.1%)이 높고, 언어와 매체 선택자는 과학탐구만 응시한 비율(62.6%)이 높았다. 수학에서 확률과 통계를 고른 학생은 사회탐구만 선택한 비율이 86.4%, 미적분 선택자는 과학탐구만 응시한 비율이 86.9%다. 종로학원은 "선택과목 유불리, 이과의 문과 교차지원 등 통합수능의 구조적 문제가 재연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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