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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의 미학 – 상표공존 동의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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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업계에서 '악어'라고 하면 쉽게 두 기업을 떠올릴 것이다. 라코스테와 크로코다일이다. 두 기업은 시장에서의 유일한 악어가 되기 위해 상표 분쟁을 벌였다. 결과는 먼저 상표를 등록받았던 라코스테의 승리였다. 크로코다일은 악어 모양의 도형상표와, 'crocodile' 문자와 악어 모양 도형이 함께 있는 상표를 모두 잃게 됐다. 주력 분야였던 의류 등에 해당 상표를 활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한 손해는 천문학적 숫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주목할 만한 점은 당시 싱가포르·대만 등에서는 두 기업이 합의하고 상표를 함께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러한 '공존 동의서 제도'가 채택되지 않았다.
이렇듯 선등록, 선출원 상표와 같거나 비슷하다는 이유로 사용 중인 상표의 등록이 거절되는 경우, 출원인은 '진퇴양난(進退兩難)'의 상황에 놓이게 된다. 상표를 계속 사용하자니 다른 사람의 상표권을 침해할 수 있고, 사용하지 않자니 상품을 폐기하고 브랜드 평판을 새로 구축해 나가는 등의 손해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작년 한 해 동안 등록이 거절된 5만 건에 육박하는 상표 중 40% 이상이 선행 상표와 동일·유사하다는 이유로 거절되었으며, 그중 약 82%가 경영 위기에 취약한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출원이라는 점이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법을 보다 유연하게 적용해 상표 등록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내년 5월, 우리나라에서도 시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출원하는 상표가 선행 상표와 유사하더라도 기존 상표권자가 동의하는 경우 등록받을 수 있는 '상표 공존 동의제'가 시행된다. 이 제도는 선상표권자의 권리를 보장하면서도, 후출원인이 상표를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상표 거절로 인해 난관에 봉착한 출원인들에게 하나의 활로가 되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외에도 상표권자와 후출원인이 사전에 이해관계를 조정해 상표 사용에 합의한 것이므로, 상표권과 관련된 분쟁을 방지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 같은 효과에 주목해 미국, 뉴질랜드 등은 이미 상표 공존 동의제를 도입했으며, 일본 역시 이를 위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을 앞두고 있다.
앞선 두 기업의 사례는 상표의 승자독식적 속성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새로운 제도는 승자와 패자뿐인 상표 분야에 '공존'이라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공존은 단순히 '두 가지 이상의 사물·현상이 함께 있는 것'이라는 의미뿐만 아니라, '서로 도와서 함께 존재하는 것'이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상표도 서로 간에 지킬 것을 지키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다면, 충분히 함께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 상표 공존 동의제를 통해 권리자와 후출원인 모두가 윈-윈(win-win)하는 사례가 축적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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