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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개월째 전쟁' 우크라… "내년 대선 치러야 하나" 딜레마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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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개월째 러시아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딜레마에 빠졌다. 당초 내년 3월로 잡혀 있었던 대통령 선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는 '전시 중 선거 불가' 입장이지만, 서방 일각에선 '예정대로 대선을 치르라'는 압박이 거세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對)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에 제동을 걸고 나선 미 공화당이 "민주주의 국가의 본을 보이라"며 우크라이나를 들쑤시고 있다. 미국의 계속된 지원에 사활을 거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으로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다. 26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은 우크라이나 대선 논쟁이 치열한 정치적 대립을 촉발하고 있다며 현 상황을 전했다.
BBC에 따르면 2019년 당선된 젤렌스키 대통령의 임기는 내년 5월까지다. 평시라면 올해 10월 29일 총선을 치러야 했고, 내년 3월 31일 대선을 실시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스케줄이 꼬였다. 전시 계엄령으로 모든 선거가 금지됐다.
상황은 간단치 않다. 전쟁 장기화로 '우크라이나 피로감'이 퍼진 가운데, 내년 11월로 예정된 미국 대선이 큰 변수가 됐다. 미국 이익만을 중시하는 '고립주의' 외교 노선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 내 압도적 대선 주자로 떠오르고,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을 추월한 건 우크라이나에 불안 요인이다. 미 공화당 내의 '우크라이나 대선 실시' 목소리는 이젠 비상 상황임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지원 중단' 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친(親)우크라이나 성향인 린지 그레이엄(공화) 상원의원조차 지난 8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해 "나라가 공격받을 때에도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밝혔다. 비벡 라마스와미 공화당 대선 후보는 이달 초 "우크라이나는 민주주의의 모범이 아니다. '미국이 더 많은 자금을 지원하지 않는 한 선거를 치르지 않겠다'는 위협까지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민주주의 국가는 전쟁 중에도 선거를 치러야만 한다는 게 중론은 아니다. 하랄드 옙센 국제선거제도재단(IFES) 수석고문은 키이우인디펜던트 인터뷰에서 "선거 실시를 위해 시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대가를 지불할 가치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유럽에선 전면전 중 선거를 치르지 않는 게 지극히 정상"이라고도 했다.
선거 강행을 위해선 현실적 장애물도 많다. 우선 러시아의 공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안전 우려가 크다. 선거인 명부 확보도 난제다. 전 세계로 흩어진 우크라이나 난민 620만 명과 자국 내 이재민 130만 명, 최전선의 군인들 등의 소재 데이터가 전무하다. 투표소로 이용할 만한 시설도 상당수가 러시아의 공격에 파괴됐고, 선거 비용(1억3,500만 달러) 조달도 어렵다. 옙센 고문은 또, "전시 중 선거는 공동의 적에 맞서 단결해야 할 시기에 내부 분열을 야기한다. 우크라이나의 전쟁 수행 노력이 방해받게 된다"고 짚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내 여론도 선거 실시에 부정적이라고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보도했다.
그렇다고 선거를 계속 미룰 수도 없는 노릇이다. 샘 판 데르 스탁 국제민주주의연구소 유럽 담당 이사는 "우크라이나가 당면 과제에 선거를 포함하는 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평가) 기준을 낮추면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로 인정받으려는 이 나라의 바람에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한발 물러서 "내년 대선이 치러진다면 출마할 것"이라는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나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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