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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 딸을 체중 7㎏으로 굶긴 엄마... 딸이 남긴 마지막 말 "엄마 배고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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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14일 오후 7시 35분, 부산의 한 종합병원. 20대 여성 A씨가 딸아이를 안고 응급실로 허겁지겁 뛰어들었다. 의료진이 확인해보니 아이(B양)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만 4년 5개월인 B양의 마지막 모습은 처참했다. 키는 87cm로 만 2세 수준이었고, 몸무게는 겨우 7㎏, 생후 4개월 수준이었다. 몸 곳곳엔 상처와 멍 자국이 가득했다. 의료진은 학대를 의심해 경찰에 신고했다. 친모 A씨는 경찰조사에서 “사건 당일 새벽 아이가 ‘배고파요, 밥 주세요’라는 말을 했고, 그 말에 화가 나서 때렸다”고 진술했다. 사망 6개월 전부터는 귀찮다는 이유로 아예 식사를 주지 않거나 분유 탄 물에 밥을 말아 하루 한끼만 줬다고 한다.
당시 A씨는 남편의 가정폭력을 피해 2020년부터 아이와 함께 가출한 상태였다. 지옥과도 같던 집을 탈출한 A씨와 B양, 이 모녀에겐 2년 동안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집을 탈출하던 무렵, 온라인 육아카페에서 알게 된 동갑내기 여성 C씨가 도움을 주겠다고 해서 모녀는 덜컥 그에게 의지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이 더 지독한 지옥의 입구였다는 사실을 그땐 미처 몰랐다.
A씨는 2015년 남편을 만나 아이 둘을 낳았다. 남편은 일정한 직업 없이 툭하면 집에서 폭언과 주먹질을 일삼은 무책임한 배우자였다. 아이들에게도 폭력의 손길이 번지자, A씨는 2020년 9월 둘째 B양만 데리고 주거지(경북)를 떠나 C씨가 있는 부산으로 향했다. 어렸을 때 부모의 이혼과 학창시절 따돌림 탓에, 전혀 기댈 언덕이 없었던 A씨에겐 C씨가 유일한 탈출구였다.
물론 C씨라고 풍족한 건 아니었다. 남편과 어린 아들 두 명이 함께 10평이 조금 넘는 아파트에 사는 정도였다. 게다가 둘째 아들에겐 자폐성 장애가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기꺼이 방 한 칸을 내준 C씨를 A씨는 은인처럼 믿고 따랐다.
그러나 호의는 오래가지 않았다. A씨의 궁박한 사정을 악용해 청소·빨래·설거지 등 집안 일을 떠넘겼고, 자녀 어린이집 등하원 등도 모두 맡겼다. B양 앞으로 나오는 양육수당도 가져가 버렸다. B양이 음식을 몰래 먹는다는 이유로 A씨에게 ‘아이 교육을 똑바로 시키라'며 눈치를 주기도 했다고 한다.
진짜 문제는 함께 살기 시작한 지 6개월쯤부터 벌어졌다. C씨는 A씨에게 "생활비가 부족한데 진짜 할 게 없으면 몸이라도 팔아야 하는 게 정상 아닌가"라며 성매매를 제안했고, 채팅앱을 이용하는 구체적인 방법까지 알려줬다. A씨는 C씨가 시키는 대로 2021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하루 평균 네다섯 차례씩 성매매를 하고, 성구매자들로부터 총 1억2,450만원을 받았다. 이 돈은 고스란히 C씨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착취당하고 피폐했던 엄마는 딸을 학대하면서 분을 풀고자 했다. A씨는 손바닥과 주먹으로 딸의 머리, 등, 손등, 허벅지, 엉덩이를 수시로 때렸다. 어린이집 원장이 B양 몸에 자꾸만 보이는 멍을 추궁하자 아예 어린이집을 끊어 버리고, 최소 6개월은 밖에 데리고 나가지도 않았다. 2주에 한번이던 폭행 빈도는 1주에 한번, 사흘에 한번으로 줄다가, 마지막 두 달은 매일같이 계속됐다.
2021년 11월에는 운동을 한다며 바로 옆에 B양이 있는데도 팔을 세게 휘둘러 B양 눈에 상처를 입히기도 했다.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B양은 겨우 명암만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시력이 떨어져, 혼자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도 학대는 멈추지 않았다. A씨는 앞이 보이지 않는 B양만 혼자 집에 놔둔 채 C씨 가족들과 외식을 나가고, B양의 밥은 챙기지 않았다. B양이 배가 고파 음식을 몰래 먹으면 벌을 준다며 더 굶기고, 때렸다. 또래와 비슷한 체형이던 B양은 온몸에 뼈가 드러날 정도로 앙상하게 말라갔다.
B양이 하늘로 떠나던 날인 지난해 12월 14일. 이날도 딸이 침대에 누워 과자를 먹은 일 때문에 A씨의 분노가 폭발했다. 새벽 4시쯤 성매매를 마치고 돌아와 이 모습을 본 A씨는 B양이 또 음식을 몰래 먹는다고 생각해 허벅지와 등을 수차례 때렸다. 이 과정에서 B양은 침대 프레임에 머리를 부딪쳤다. A씨는 멈추지 않고 B양을 눕힌 채 얼굴 부분 등을 폭행했다. 이후 B양이 신음 소리를 내며 입에 거품을 물고 발작을 일으켰지만, A씨는 핫팩으로 마사지를 하는 것 외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B양이 세상에 남긴 마지막 말은 "엄마 밥 주세요, 엄마 배고파요"였다.
검찰은 친모 A씨는 물론 C씨 부부에게도 아동학대‧살해 등의 책임을 물어 함께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C씨 부부 측 변호인은 “아동학대살해죄나 상습아동유기‧방임의 주체인 B양의 보호자가 아니고, A씨의 폭행 사실도 알지 못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재판에서는 A씨가 홀대를 당하면서도 C씨 부부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단서들이 드러났다. C씨 가족의 수입은 마트에서 일하는 남편의 급여 월 240만 원 정도가 전부여서, A씨가 성매매를 통해 벌어오는 돈으로 생활했다. 재판부는 이를 바탕으로 C씨 부부와 A씨가 그들의 아이들을 함께 양육하는 관계로 판단했다.
A씨는 C씨에게 과도하게 의존하는 경향을 보였다. B양이 사망한 뒤에도 슬퍼하기보다 C씨의 기분만 살폈다. 구속 상태였던 올해 1월에도 C씨에게 편지를 보내 ‘짐이 되어 너무 미안하네, (하트표시), 이런 것도 친구라고 편지 써주고 걱정해줘서 너무 미안하고 고마워’라고 썼다. 2월에는 C씨의 생일을 축하하는 편지에 ‘우리 우정은 지키면서 살아봅시다. 제발 저 버리지 마유. 진짜 평생친구하자. 니가 내 정신적 지주야 친구얌. 알라뷰’라고 표현했다.
사건을 수사한 경찰 관계자는 “A씨가 계속 C씨를 감싸는 점에서 안타깝고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며 “C씨의 심리적 지배에 놓여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A씨는 1심에서 징역 35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집 안에 갇혀 햇빛조차 마음대로 보지 못하는 상태에서, 엄마로부터 굶김과 폭행을 당하다 죽어간 피해자가 느꼈을 육체적·정신적 고통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면서 “피해 아동이 느꼈을 고통과 범행의 잔혹성 등을 고려하면 최대한의 중한 형이 선고돼야 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지난달 항소심 재판부도 징역 35년을 유지했다.
함께 살았던 C씨에겐 1심에서 징역 20년, C씨 남편에겐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이 선고됐다. 이들의 2심은 현재 진행 중인데, 재판부는 다음달 14일 공판을 끝으로 변론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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