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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보다 불리한 출발 한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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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여의도행이 임박했다. 뜸을 들이고 있지만, 내년 총선을 통해 존재감을 키워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로 자리매김하는 그림을 구상하고 있는 듯하다. 뜻대로 되면 좋겠지만 정치는 생물이다. 만만한 야당 의원들을 입심으로 제압해 보수층의 환호를 받던 시기는 지났다. 그 끝이 윤석열이 될지, 황교안이 될지는 이제부터 행보로 결정된다.
정치를 시작할 한 장관에 앞에 놓인 현실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지금의 한동훈을 있게 한 윤석열 대통령과 비교하면 오히려 불리하다는 분석이 타당하다. 윤 대통령은 2021년 3월 검찰총장을 그만둔 직후 지지율이 9%에서 24%(이하 한국갤럽 조사 기준)로 수직 상승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내쳐진 윤 대통령을 문재인 정부가 살려냈다. 기회를 잡은 윤 대통령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를 계기로 살아있는 권력과 맞서, 반문 정서를 등에 업고 정치에 뛰어들었다. 퇴임 3개월 만에 당적 없이 대선 출마를 선언했고, 한 달 동안 뜸을 들이다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회상하면서 눈물까지 보여 누구 편인지 헷갈리게 했다. 이런 정치인 윤석열의 행보는 효과적이었다. 검찰총장을 그만둔 직후 중도층에서 30%의 지지를 받아 당시 경쟁자였던 이재명(22%)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앞서면서 탄탄한 대권 가도를 열었다.
대선을 1년도 남겨두지 않고 부상한 윤 대통령과 달리, 한 장관은 시선이 머물러있는 대선까지 4년 가까운 검증의 시간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 입당도 하지 않은 한 장관을 대부분의 국민들은 당연히 국민의힘 소속으로 생각한다. 이 대표와 민주당 의원들을 제물로 체급을 키운 한 장관에게는 너무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집권 이후 오른쪽으로 돌진한 윤 대통령 때문에 중도층은 ‘리틀 윤석열’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다. 가장 최근 여론조사에서 한 장관을 향한 중도층 지지율은 10%로 이 대표(20%)의 절반 수준이다.
정치에 뛰어들 한 장관이 여의도에 오래 머물지, 아니면 윤 대통령을 따라 용산행 급행 열차를 탈 수 있을지의 관건은 확장성이다. 더구나 오세훈 서울시장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안철수 의원, 이준석 전 대표 등 한 장관의 여권 내 경쟁자들은 그들의 정치 경력에서 적어도 한 번씩은 중도층에 경쟁력을 입증했다. “여의도 300명이 쓰는 사투리가 아닌 5,000만 국민의 언어를 쓰겠다”는 언급을 실제 구현하지 못하면, 정치적 중립 논란에도 불구하고 지금 한 장관이 전국을 돌며 받는 지지층 환호가 한낱 신기루로 남을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서초동에만 머물던 한 장관이 단박에 확장성을 입증하기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방법은 있다. 집권 후 오른쪽으로 돌진한 윤 대통령에게 왼쪽을 가리키면 된다. 역린이라는 말이 붙으면서 한 장관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길을 가게 되겠지만, 대권을 노리는 정치인들에게 상식 같은 얘기다. 세종시 원안 사수로 이명박 전 대통령에 맞서 대권을 잡았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 후광을 업고도 이 대표를 넘지 못한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를 생각해 보면 된다. 이준석을 시작으로 여권 내 경쟁자들도 타이밍을 잡고 있겠지만, ‘리틀 윤석열’ 한 장관만큼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다. 지난 5월 초임 검사들 앞에서 프랑스의 문호 볼테르의 말을 인용했던 것처럼 한 장관도 정치를 하다 보면 상식적 결정을 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는 현실을 맞닥뜨리겠지만, 이를 뛰어넘지 않으면 대권을 꿈꾼 수많은 정치인 중 한 명으로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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