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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복판에 놓인 2000켤레 신발... 침묵으로 '평화' 외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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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 광장. 실내화와 방한 부츠, 구두 등 각종 신발 2,000켤레가 광장을 가득 채웠다. 아동화가 모인 공간 중간중간엔 흰색 국화도 놓여 있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으로 숨진 이들을 추모하고 종전을 촉구하는 마음을 담은 것이다. 말 없는 신발들은 기부자를 대신해 종일 평화 시위를 벌였다.
이번 시위는 플랫폼C 등 90개 시민단체의 연대체인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이 기획했다. 신발은 범죄나 참사 희생자를 상징하는 평화 시위의 수단으로 종종 활용됐다. 2020년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선 '페미사이드(femicide·여성이란 이유로 당한 살해)' 희생자를 상징하는 빨간색 신발 수백 켤레가 전시되기도 했다.
지난달 7일 발발한 전쟁으로 가자지구 사망자가 40일 만에 벌써 1만1,000명을 넘겼다. 미성년자 희생자만 4,000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애꿎은 죽음이 늘수록 애도의 마음도 배가됐다. 이달 2일부터 일주일간 목표치의 3배인 3,000켤레가 기부됐다. 황수영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팀장은 "이스라엘 측이 가자지구를 무차별 공격하면서 매일 무고한 희생자가 나오고 있다"며 "신발 시위로 (희생자들이) 누군가의 가족, 친구, 존엄한 생명임을 기억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부자들은 가자지구 주민들과의 연대 의지를 분명히 했다. 경기 부천시에 사는 최상구(50)씨와 어머니는 9켤레를 증정했다. 최씨는 "한국도 휴전 70년 째인데 또 전쟁이 나니까 위기의식이 생겼다"고 기부 이유를 설명했다. 신발 두 켤레를 기부한 경희대 재학생 민모(24)씨는 "무고한 시민들이 '인종 청소'되는 걸 보니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또 쓰레기 없는 소비를 지향하는 제로웨이스트샵 '알맹상점'은 기부받은 신발 60~70켤레를 깨끗이 손질해 보냈다. 고금숙 대표는 "전쟁은 최대 규모의 에코사이드(자연환경을 대규모로 파괴하는 행위)"라며 "학살에 반대하는 동시에 환경운동 의미도 있다"고 분석했다. 해군기지 건설로 갈등을 빚었던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 주민 최정희(57)씨는 "해군기지를 코앞에 두니 매일 평화를 생각하게 됐고, 가자지구의 참상도 외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신발 포장 박스도 "전쟁 OUT 평화 NOW", "STOP GENOCIDE(집단학살을 중단하라)" 등의 종전 촉구 메시지로 뒤덮였다.
애도와 연대, 평화의 목소리는 계속된다. 같은 학교 친구들과 신발 50켤레를 기부한 진영인(18)양과 동생 황휘(15)군은 "우리 또래 학생들이 참전하느라 제대로 공부도 못 하는 현실이 너무 슬프다"면서 "앞으로도 전쟁의 참혹함을 알리기 위해 애쓸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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