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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문항 없어도 어려웠던 수능, '역대 최대' 재수생 정시 휩쓸까

입력
2023.11.16 21: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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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응시생 10명 중 3명이 졸업생
"수능 어려워 재수생이 정시 유리"
재학생 수시 집중 현상도 강화 전망

16일 광주 북구 경신여고에서 수험생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 시작을 기다리며 공부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광주 북구 경신여고에서 수험생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 시작을 기다리며 공부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의대 열풍, 킬러문항 배제의 영향으로 27년 만에 졸업생 응시자 비율이 가장 높았다. 고난도 킬러문항이 없어 '물수능'이 되리라는 예측과 달리 국어와 수학 영역이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분석되면서, 재수생이 수능 성적 우위를 앞세워 대입 정시 전형에서 고3 재학생보다 두각을 보이는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6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올해 수능에 지원한 수험생 50만4,588명 중 졸업생은 15만9,742명(31.7%)으로, 1997학년도 수능(32.5%) 이래 최대 비율을 기록했다. 재학생은 32만6,646명(64.7%), 검정고시 등은 1만8,200명(3.6%)이다.

졸업생 대부분은 수능을 이미 한 번 이상 치러본 재수생이다. 재수생 증가 배경에는 성적 상위권 수험생의 의대 진학 열풍이 있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2023학년도 의대 정시 합격자 중 재수생 비율이 77.5%(3,984명)에 달한다.

올해 수능 난도가 상당했던 것으로 분석되면서 입시업계에서는 이런 '상위권 재수생'이 정시에서 유리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국어·수학이 변별력 있게 출제되면 재수생 상위권 학생들이 불리한 게 없다"며 "고3 재학생이 상위권 재수생에게 자리를 내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역으로 수능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재학생들이 수시 전형에 집중할 거란 관측이 나온다. 임 대표는 "(수시) 논술, 면접에 응시하는 고3 학생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논술, 면접 등 수시 전형 대학별고사는 오는 18일부터 시작된다.

현행 수능 체제의 고질적 문제인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 이로 인해 이과생이 계열 교차지원으로 이득을 보는 '문과 침공' 현상도 여전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임 대표는 "수학 선택과목 가운데 미적분이 좀 더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에도 이과가 문과보다 고득점이 많을 것이고, 이과생의 문과 교차지원도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 치러지는 2025학년도 대입에서 의대 정원 확대가 예상된 터라 재수생 증가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명문대에 진학하고도 의대에 가려고 반수를 하는 것은 물론, 의대생이 '더 좋은' 의대로 옮기려 수능을 다시 치르는 경향도 뚜렷하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등 이공계 인재 양성기관인 과학기술원 4곳에서는 지난해 중도탈락자(자퇴 등)가 전년보다 43.3% 급증한 268명이 나왔다. 서울대·고려대·연세대 자연계열 재학생 중 중도탈락한 학생은 2019년 893명에서 2021년 1,421명으로 늘었다.

홍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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