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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엔 종교도, 전쟁도 없다”... 예루살렘 청소년 수영클럽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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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에는 정치가 없다(No politics in the pool).’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전한 이스라엘 YMCA ‘예루살렘 수영클럽’의 암묵적인 규칙이다. 유대교·이슬람교·기독교의 성지인 예루살렘은 인구 121만 명의 다수가 이스라엘인이지만, 팔레스타인인도 40만 명이나 거주하는 탓에 분쟁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그러나 적어도 이 수영클럽에서 다툼은 없다. ‘도시의 공존’을 위해 창설된 만큼, 국적·종교와 관계없이 예루살렘의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헤엄친다. 클럽을 후원하는 예루살렘재단의 샤이 도론은 “수영장에선 스컬캡(유대인 모자)이나 히잡을 쓰지 않는다. 누가 유대인이고 무슬림인지 구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주일에 6번 모여 훈련하고, 해변에서 같이 고기를 구워 먹던 수영클럽 10대 회원들에게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에 따른 긴장은 잠시였다. 수영장 바깥의 갈등은 물속에선 씻은 듯 녹아내렸다. 걷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치닫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증오의 연쇄’를 풀 해법이, 예루살렘 수영클럽에는 존재하고 있었다.
물론 전쟁 초반엔 예루살렘 수영클럽도 갈등에 휩싸였다. 하마스의 공격 당일인 지난달 7일, 이스라엘에 국가 비상상황이 선포되면서 클럽은 폐쇄됐다. 전장의 포화는 어려서부터 함께 훈련을 받으며 서로를 가족처럼 여기던 수영선수들도 피할 수 없었다.
팔레스타인 선수 무스타파 압두(18)는 인스타그램에 ‘인류애를 외치던 사람은 어디에 있나’라는 문구가 적힌 팔레스타인 어린이의 그림을 올렸다. 국제사회가 이중 잣대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습격을 두둔하고 있다는 비판이었다. 동료인 이스라엘인 아비샤그 오제리(16)는 이 게시물을 보자마자 메시지로 항의했다. “무스타파, 지금 이스라엘 상황이 얼마나 나쁜지 알고 있는 거야?”
또 다른 팔레스타인 수영선수는 “알라(이슬람교의 유일신)의 승리가 가까워졌다”고 인스타그램에 썼다. 이스라엘인 시라 추나(16)는 이런 게시물을 접하고는 “우정을 배신당한 기분이 들었다”고 NYT에 털어놨다.
열흘쯤 후 다시 문을 연 수영클럽엔 평소와 다른 적막이 잠시 감돌았다. 하지만 수년간 쌓인 유대감은 단단했다. 급하게 출발하느라 앞서 수영하던 압두의 발을 건드린 오제리의 행동에 두 사람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주고받았다. 또 하마스에 살해된 사촌의 장례로 며칠 훈련을 쉬었던 추나에게 먼저 다가간 압두는 그에게 유감을 표했다. 추나는 “그의 진심을 느꼈다”고 화답했다.
오제리는 “서로를 이스라엘인, 혹은 팔레스타인인이라고 나누어 생각하지 않는다”며 “우리가 함께 있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이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어색하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인 알렉스 핀켈(17)도 스스로 이렇게 다짐했다고 NYT에 전했다. “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함께 자랐어요. 우리는 항상 하던 대로 할 겁니다. 그게 전부예요.”
코치 에마누엘 메이는 회의를 소집해 “여기에 테러를 지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편가르기 하지 말라”고 선언했다. 그는 자신의 목표가 대회 우승이 아니라, 분열된 도시인 예루살렘의 젊은이들 간 단결이라면서 “수영클럽의 정신은 오로지 인간이 함께 수영한다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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