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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시진핑 묵는 호텔 뒤덮은 오성홍기..."주석님 오신다!" 들뜬 차이나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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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의 세인트레지스 호텔. 호텔 사방을 완벽히 가로막은 3m 높이 철제 가벽 뒤로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든 사람 수백 명이 모여 있었다. 빨간 모자, 빨간 옷 등을 착용한 이들의 목소리는 한껏 들떠 있었다. 2017년 이후 6년 만에 미국을 찾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환영하기 위한 인파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 주석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하루 앞둔 이날 나란히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다. 시 주석은 오후 3시 30분쯤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착륙한 뒤 곧장 이 호텔로 향했다. APEC 공식 행사장인 모스코니센터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샌프란시스코 내 최고급 숙소다.
시 주석이 묵을 예정이란 소식에 아침부터 호텔 맞은편에 운집한 이들은 중국 대표단 차량들이 도착하자 국기를 흔들며 환호했다. 시 주석을 볼 수는 없었지만, 이들은 떠나지 않고 종일 호텔 앞을 지켰다. 재미중국상업협회 소속으로 전날 뉴욕에서 날아왔다는 한 여성은 "(시 주석의 방문은) 중국과 미국의 평화를 위해 기쁜 일"이라고 했다. 중국의 신장 위구르 지역 인권 탄압 등을 고발하는 시위도 주변에서 열렸지만, 경찰이 곧장 제지했다.
호텔에서 약 1.2㎞ 떨어진 차이나타운은 차분하고 질서정연한 분위기였다. 혼잡한 차량 행렬과 불법 노점들로 어지러운 평소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거리를 깨끗하게 유지하기 위해 하루 종일 쓸고 닦고 있다"고 청소노동자는 말했다. 중국계 미국인이라는 그는 "몇 주 동안 시 당국이 차이나타운을 더 아름답게 보이게 하기 위한 작업을 했다"며 근처의 횡단보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것도 며칠 전 새로 칠한 것"이라고 했다. 거리엔 청소노동자 외에도 노란 옷을 입은 이들이 곳곳에 배치돼 있었다. APEC 기간 동안 차이나타운의 정돈과 안내를 돕겠다고 나선 자원봉사자들이다.
시 주석 방문에 대한 기대감은 차이나타운 곳곳에서 표출되고 있었다. 블록마다 시 주석 환영 현수막이 내걸렸다. 샌프란시스코는 미국에서 중국계 거주 비율(약 28%)이 가장 높고, 차이나타운은 미국 내 최대 규모다. 샌프란시스코의 핵심 가치인 다양성의 상징이었던 차이나타운은 코로나19 팬데믹에 미중관계 악화가 겹치며 수년 동안 침체일로였다. 시 주석의 방문과 미중 대화 재개를 통해 활력을 되찾는 것이 이 지역 사람들의 바람이다.
샌프란시스코시는 APEC을 통해 '좀비 도시' 이미지를 떨쳐내고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겠다고 벼른다. 이를 위해 한 달 이상 도심을 대대적으로 청소했다. 거리를 점령하고 있던 노숙인들을 도시 외곽으로 이전시키고, 이들의 집과 같은 텐트를 철거했으며, 물 청소로 이들의 흔적을 제거했다. 청소와 정비 작업은 정상회의 하루 전인 14일까지 이어졌다. 샌프란시스코 도심 최대 상권인 유니온스퀘어에서 만난 대니얼 러스는 "그 많던 노숙인이 사라졌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라며 "악취 없는 거리가 몇 년 만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올해 APEC은 유엔 조직을 위해 51개국 대표단이 모였던 1945년 이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최대 규모의 국제 행사다. APEC 기간에 21개국 정상들을 포함해 약 2만 명이 찾을 것으로 예상되며, 약 3,650만 달러(약 476억 원)의 경제 효과를 가져올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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