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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마약과의 전쟁에서 지고 있다

입력
2023.11.15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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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 연결시대입니다. 글로벌 분업, 기후변화 대응, 빈곤퇴치 등에서 국적을 넘어선 세계시민의 연대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같은 시대, 같은 행성에 공존하는 대륙과 바다 건너편 시민들의 민심을 전합니다

미국 정부가 불법 마약에 잘 대처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미국 정부가 불법 마약에 잘 대처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미국 정부의 불법 마약 퇴치 활동에 대해 미국민들의 불신이 높아지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미국 당국의 불법 마약 문제 대처에 대해 미국 국민의 52%가 ‘입지를 잃고 있다’(Lost ground)며 불신을 드러냈다. 반면, ‘진전이 있다’(made progress)라고 긍정적인 답변을 한 비율은 2000년 47%에서 올해 24%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또 최근 미국 내 마약 문제가 심각한 상태라고 판단했다. ‘미국 내 마약 문제의 심각성이 어느 정도라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74%가 미국 마약 문제에 대해 ‘극도로 심각’(Extremely seriousㆍ45%) 또는 ‘매우 심각’(Veryㆍ29%)하다고 판단했다. 이는 2000년 같은 질문에서 최고점인 83%(극도로 심각 43%ㆍ매우 심각 40%)를 찍은 이후 2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갤럽은 “‘극도로 심각하다’고 답변한 비율은 오히려 2000년(43%)보다 올해(45%)가 2%포인트 더 높았다. 이는 조사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라고 주목했다.

미국 내 마약 문제의 심각성

미국 내 마약 문제의 심각성

정치 성향별로는 보수 성향의 공화당 지지자 86%(극도로 심각 62%ㆍ매우 심각 24%)가 부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중도 성향의 미국인들도 74%(극도로 심각 43%ㆍ매우 심각 31%)가 같은 답변을 내놨다. 민주당 지지자는 31%가 극도로 심각, 32%가 매우 심각이라고 답해 문제의 심각성엔 공감하면서도 온도 차를 드러냈다.

미국민들의 이런 불신감은 최근 약물 과다복용으로 인한 사망자가 급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과거 마약은 일부 상류층 중독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일반인들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쌌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엔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도 자극은 더 강한 신종 마약이 대도시를 중심으로 퍼지면서 사망 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여기에 2020~2022년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외출이 제한되면서 음지를 중심으로 마약 중독이 더 확산됐다는 분석도 있다.

메릭 갈런드 미국 법무부 장관이 지난 4일 펜타닐 제조 관련 화학물질 생산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되는 기업과 개인에 대한 제재를 발표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메릭 갈런드 미국 법무부 장관이 지난 4일 펜타닐 제조 관련 화학물질 생산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되는 기업과 개인에 대한 제재를 발표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실제 올해 초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켄싱턴 가(街)에서는 대낮에도 마약에 취해 거리를 활보하는 노숙인들이 많아 ‘좀비 랜드’라는 오명까지 붙었다. 상당수가 마약으로 뇌가 망가져 허리나 팔다리를 심하게 꺾은 채 거리에서 비틀거리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최근 경찰국과 지방 검찰 방위군 등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전담 조직)를 꾸리고 약물 과다 복용 단속에 나섰다. ‘약물 과다 복용’을 ‘살인 사건’으로 취급해 증거를 수집하고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 한편, 판매상에 대해서는 살인 혐의를 적용해 기소한다는 방침이다.

미국 당국은 펜타닐을 주목하고 있다. 펜타닐은 강력한 진통제로 사용되지만 중독성이 강해 이른바 ‘좀비 마약’으로 불린다. 과다 복용 시 사망할 수도 있다. 실제로 미국 18~45세 청년ㆍ중장년층의 사망 원인 1위가 펜타닐에 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펜타닐 관련 사망자는 사상 최대치인 10만9,680명을 기록했다.

미국 내 일부 주가 대마를 법적으로 허용한 후 마약 문제를 부추기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미국은 51개 주 가운데 캘리포니아, 콜로라도 등 22개 주가 대마초를 합법으로 지정했다. 콜로라도 주의회는 최근 마약상에게 최대 32년까지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하는 등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강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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