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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불평에도 유럽은 '플라스틱·일회용품 후퇴' 안 했다..."불편한 게 대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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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독일 베를린에 사는 타일(25)은 대형 슈퍼마켓에서 샐러드를 사먹을 때마다 불편함을 느낀다. 슈퍼마켓에서 주는 포크와 숟가락이 플라스틱이 아닌 나무로 만든 것이어서 입에 넣을 때마다 나무 특유의 향이 나고 질감도 거칠기 때문이다.
#2. 베를린 '오스트웨스트' 빵집에서 일하는 라일라(24)는 종이 빨대에 대한 손님들의 불만을 종종 듣는다. 종이 빨대가 음료수에 젖으면 너덜너덜해지고 종이 맛도 나는 탓이다.
한국 환경부는 7일 식당·카페 등의 플라스틱 빨대·일회용 종이컵 사용 금지 조치와 편의점 등의 비닐봉투 사용 금지 조치를 1년 만에 전면 철회 또는 무기한 유예하겠다고 발표했다. 플라스틱 사용을 더 엄격하게 제한하는 유럽의 사정은 어떨까. "소비자들의 불만이 많고 이로 인해 소비자와 소상공인 사이에 갈등이 생긴다"는 환경부의 설명처럼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는 정책인 것은 동일하다. 그러나 8일(현지시간) 한국일보의 취재 결과, 유럽의 환경 선진국들은 기후와 환경을 위해서라면 정부가 욕을 먹어도 밀고 가야 한다고 보고 있었다.
유럽연합(EU)은 한국보다 1년여 앞선 2021년 7월 더 강력한 플라스틱 규제를 도입했다. 이를 바탕으로 독일은 빨대와 비닐봉투는 물론이고 식기와 수저, 물티슈 등의 일회용품을 광범위하게 제한했다.
독일 소상공인들도 플라스틱 용품 사용 규제로 인한 비용 증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베를린에서 '달콤' 아이스크림 전문점을 운영하는 필릭스(33)는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친환경 플라스틱 숟가락을 사용한다"며 "일반 플라스틱 숟가락은 50개에 1유로(약 1,400원) 정도인데 친환경 수저는 5유로(약 7,000원)나 된다"고 말했다.
독일 정부와 EU도 이러한 상황을 모르지 않지만 플라스틱 정책 후퇴는 고민도 하지 않는다. 일회용 플라스틱이 편리하고 값싼 만큼 '개인의 양심과 선택'에 맡기면 사용량이 늘어날 게 분명해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1950년 150만 톤에서 2019년 4.6억 톤으로 증가했다. 2060년엔 12.3억 톤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독일 정부는 오히려 환경 규제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쌓는 데 집중한다. 비싼 친환경 숟가락을 들어 보이며 필릭스는 "더 좋은 미래를 위해 한 사람 한 사람이 힘을 보태야 한다는 점을 안다"고 말했다. 라일라는 "플라스틱 숟가락을 남아있는 재고까지만 사용한 뒤 나무 숟가락으로 전면 교체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 지지를 쌓은 뒤 유럽 국가들은 '더 어려운 길'을 택했다.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등은 재사용이 불가능한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기업 등에 벌금 격의 세금을 부과하고 있거나 부과할 예정이다. 프랑스는 올해부터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했다. EU는 규제 범위를 포장재로 넓혀 2030년까지 포장재 10~35%를 재사용하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플라스틱 규제 정책이 자리 잡은 건 유럽에서도 어려운 일이었다. 진통과 논란도 상당했다. 그러나 국민을 설득하는 과정까지가 정부의 몫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의 김나라 캠페이너는 9일 한국일보에 "한국 정부는 '제도 포기'가 아닌 '제도 안착'을 목표로 플라스틱의 대체품 마련 등 대안을 만들었어야 한다"며 "지금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2024년 국제적 플라스틱 규제(유엔 플라스틱국제협약)가 마련됐을 때 국민들에게 더 큰 부담이 닥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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