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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민 자랑스러워" 58%···2019년 수준으로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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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많은 국가가 자국민들의 국가에 대한 자부심이나 자긍심을 고취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들을 하고 있다. 이런 노력이 지나친 경우 선민의식이나 국수주의 등의 모습으로 오히려 그 나라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적정 수준의 자부심과 자긍심은 국가 발전의 동력이 될 뿐 아니라 국민의 화합 차원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요소가 된다고 하겠다.
2023년 현재 우리 국민들은 국가에 대해 얼마나 자부심을 느끼고 있을까. 과거와 비교해 본다면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 팀은 지난 9월 22일부터 9월 25일까지 4일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는 지난 2019년부터 진행해 온 국가 자부심 여론조사의 연속선상에서 진행된 조사로서 기존 조사 결과들과의 변화 추이를 파악하고 그 변화의 원인을 규명해 보고자 기획했다.
2023년 9월 조사 결과 ‘나는 대한민국 국민인 것이 자랑스럽다’는 응답이 58%다. 즉, 우리 국민 10명 중 6명은 우리나라 국민인 것을 자랑스럽다고 느낀다. ‘나는 다시 태어나도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나고 싶다’는 응답은 57%, ‘대한민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에 대해 만족한다’는 응답은 57%로 국가 자부심과 관련한 세 가지 질문에 대한 응답 결과는 비슷한 수준이다.
10명 중 6명이 국가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관심 있게 살펴야 할 부분은 국가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지 못한 4명이라 하겠다. 이들의 생각 속에서 우리나라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그 단초를 찾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5년 중 우리나라 국민들의 국가 자부심이 가장 높았던 시기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이다. 당시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K방역에 대한 세계적인 찬사가 이어지면서 우리 국민의 국가 자부심은 최고 80% 수준까지 상승했다. 이러한 국가 자부심은 2021년 조사에서 소폭 하락했으며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 금년 조사에서는 2019년과 비슷하거나 더 낮은 수준으로 회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살펴본 세 가지 척도가 전반적인 국가 자부심을 확인할 수 있는 척도라고 한다면 각 부문별 국가 역량에 대한 평가는 그러한 국가 자부심의 근거가 무엇인지 볼 수 있는 세부 척도에 해당한다. ‘경제영역에서의 국제 경쟁력’ ‘정치 및 민주주의 수준’ ‘매력적인 대중문화’ ‘국민들의 시민의식’ ‘국제사회에서의 리더십’ ‘의료, 과학, 통신 분야에서의 기술 수준’ ‘공산품의 품질 수준’ ‘스포츠 역량’ ‘자랑스러운 역사’ ‘안정적인 사회보장 체계’ 등 10가지 부문별로 우리나라의 국가 역량을 평가했다.
그 결과 세계적으로 상위 수준이라는 응답은 ‘의료·과학·통신 분야에서의 기술 수준’이 74%로 가장 높고 다음으로 ‘공산품의 품질 수준’(72%) ‘매력적인 대중문화’(68%) 등이 뒤를 잇는다. 특히 2020년 조사 결과와 비교할 때 유일하게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대중문화에 대한 평가가 인상적이다. 금년에 새롭게 추가한 항목 중 ‘스포츠 역량’(63%)과 ‘자랑스러운 역사’(62%)에 대한 평가도 과반이 상위 수준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정치 및 민주주의 수준’(14%) ‘국제사회에서의 리더십’(21%)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부정적일 뿐 아니라 2020년보다 크게 하락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정치 및 민주주의 수준’에 대해서는 2020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 추세이며 2020년 대비 19%포인트 하락했다. ‘국제사회에서의 리더십’ 역시 2020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2020년 대비 15%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국제 정치와 국내 정치에서 대립 구도가 격화되고 있는 최근의 상황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2023년 현재의 국가 자부심은 과거와 비교해 왜 낮아졌을까. 2020년 국가 자부심은 사실 예외적인 상황으로 볼 수 있다. 코로나19 방역에 대한 긍정평가가 최고인 시점에 진행된 조사이므로 다른 시기의 조사 결과보다 높은 국가 자부심 수준을 보이는 것이 당연해 보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2021년·2022년보다 낮은 국가 자부심 수준, 2019년과 비슷하거나 다소 낮은 수준으로의 회귀라는 결과를 볼 때 대략적이나마 그 원인을 규명해 볼 필요는 있을 것이다.
2023년 결과를 바탕으로 국가 자부심 중 가장 핵심 항목인 ‘나는 대한민국 국민인 것이 자랑스럽다’와 국가 역량을 평가한 10개 지표 간 상관관계를 보았을 때, 국민들이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의료·과학·통신 분야에서의 기술 수준’ ‘공산품의 품질 수준’ ‘매력적인 대중문화’ 등의 척도보다는 부정 평가가 높은 ‘국제사회에서의 리더십’ ‘경제영역에서의 국제 경쟁력’ ‘정치 및 민주주의 수준’ ‘안정적인 사회보장 체계’ 순으로 상관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관성이 높다는 것은 응답 결과의 방향이 비슷하고 연관성이 높은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새로 추가된 ‘안정적인 사회보장 체계’ 항목 외의 나머지 3개 항목은 2020년 대비 크게 하락해 국가 자부심 응답 값의 하락과 비슷한 추세이다. 복잡한 통계적 분석을 하지 않더라도 세 가지 항목이 국가 자부심과 밀접함을 보여주는 결과라 할 수 있으며 국가 자부심이 하락한 요인 중 일부로 판단하기에 충분한 결과라 하겠다.
이러한 경향을 다시 확인하기 위해 9가지 이상적인 국가 모습을 제시하며 우리나라가 각각의 국가상에 얼마나 부합하는지를 물어봤다. ‘문화적으로 풍요로운 국가’(73%) 이외에 다른 모습들은 부정 응답이 과반으로 더 높다. 특히 ‘정치· 경제 분야의 부패 없는 국가(87%)’ ‘빈부 격차가 적은 국가(86%)’ ‘일자리가 많고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국가(79%)’ 등에 대해서는 부정 응답이 80%를 넘어선다.
하지만 실제 국민들이 가장 희망하는 국가의 모습은 ‘일자리가 많고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국가’(60%) ‘정치·경제 분야의 부패 없는 국가’(54%) ‘범죄나 전쟁으로부터 안전한 국가’(49%) ‘빈부 격차가 적은 국가’(40%) 순이었다.
결국 국민들이 희망하는 모습이면서 국가 자부심과 긴밀히 연관돼 있는 ‘경제’ ‘정치’ ‘안전’ ‘사회보장’ 등의 요소들이 국민들의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국가 자부심의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K팝 등의 K콘텐츠나 세계적 수준의 기술이나 제품만으로는 국가 자부심을 고취시키는 데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이기도 하다.
어쩌면 당연한 얘기이지만 대립적인 정치 풍토를 개선하고 경제영역에서의 안정적인 일자리를 확보하며 빈부격차를 해소하고 안정적이고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근본적인 대응만이 국가 자부심을 높이는 멀지만 바른 길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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