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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지식으로 향하는 문, '색인'의 역사

입력
2023.11.11 04: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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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데니스 덩컨의 '인덱스'

1917년 미국 뉴욕에서 열린 독립미술가협회 전시회 카탈로그. 전시회 역사상 최초로 시도된 알파벳순 전시다. "심사위원 없고 등수 가리기 없고 이름 알파벳순으로만 전시합니다." 아르테 제공

1917년 미국 뉴욕에서 열린 독립미술가협회 전시회 카탈로그. 전시회 역사상 최초로 시도된 알파벳순 전시다. "심사위원 없고 등수 가리기 없고 이름 알파벳순으로만 전시합니다." 아르테 제공


"색인의 역사는 실은 시간과 지식에 관한 이야기이자 그 둘 사이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것은 점점 더 신속하게 정보에 접근하려는 인간의 욕망에 관한 이야기이며, 동시에 책 속 지식을 나누고 구분하고 추출해 내려는 노력에 관한 이야기다."

-저자 서문 중에서


색인(index)은 책의 특정 개념을 순서에 따라 배열한 목록이다. '목차' 정도로 여겨 누구도 관심 두지 않았던 색인의 탄생과 역사에 주목한 이가 있다.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의 영문학 교수이자 번역가겸 편집자인 데니스 덩컨(49)은 '인덱스'에서 이집트의 그 유명한 알렉산드리아 도서관부터 구글, 해시태그(#)에 이르기까지 색인의 역사를 추적했다.

색인은 그냥 등장하지 않았다. 파피루스와 고대 점토판, 중세의 종교 서적, 전 세계 도서관이 보유한 고서, 최신 연구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글 등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그는 인류사에 색인 개념이 어떻게 처음 등장했으며 기술 발전에 따라 어떻게 변화돼 왔는지, 각 시대에서 색인이 어떤 평가를 받아 왔으며 작가와 학자들이 이를 어떻게 창의적으로 발전시켜 왔는지를 보여준다. 우주의 조화와 이성의 질서를 중시하는 고대 중세인에게 읽는 이의 편의를 위해 텍스트를 철자순으로 배치하는 알파벳순 배열은 그야말로 혁명적인 도구였다는 사실이나,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이 등장해 모든 인쇄물 페이지를 동일하게 출판할 수 있게 되면서 색인의 세상이 열렸다는 설명 등 '사소하고 지루한 것'으로 치부했던 색인의 비범함을 조명하는 일화가 여럿 등장한다.

색인의 발달 단계를 훑을 때마다 예사롭지 않은 해석도 뒤따른다. 저자에 따르면 지식을 분류하고 목록화해 언제든 접근할 수 있는 정보를 만드는 과정에서 인류는 '발췌 독서법'이라는 새로운 독서법을 발명했는데, 이 속에서 지식의 원천에서 필요한 정보에 빠르게 도달할 방법을 찾으려는 욕망을 포착해낸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필요한 정보에 대한접근 속도를 높여 검색의 시대를 여는 데도 색인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저자는 여기서도 '검색의 시대'를 둘러싼 불안을 읽어낸다.

거대한 웹 색인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인터넷의 출현으로 색인이 더욱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게 저자의 결론이다. 그가 보기에 SNS에서 보편화된 해시태그 역시 색인의 새로운 모습이다. 마침내 색인을 통해 스스로 정보를 구분하고 유머와 재치까지 발휘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 사실상 21세기의 우리는 #모두가_색인_작성자인 셈이다. 책을 읽고 나면 허투루 넘겼봤던 해시태그를 꼼꼼하게 살피게 될 것이다.

인덱스·데니스 덩컨 지음·배동근 옮김·아르테 발행·488쪽·3만5,000원

인덱스·데니스 덩컨 지음·배동근 옮김·아르테 발행·488쪽·3만5,000원


손효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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