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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환 사건' 더는 없도록... 여가부, 공공기관 사내 스토킹 예방 표준안 제시

입력
2023.11.07 14:30
수정
2023.11.07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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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서 접수 후 20일 내 조사 마쳐야
기관장이 가해자면 상급기관이 조사
피해자·신고자 대상 불이익 금지 규정도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의 범인 전주환이 지난해 9월 서울 남대문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의 범인 전주환이 지난해 9월 서울 남대문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앞으로 공공기관에서 스토킹이 발생하면 피해자가 성희롱이나 성폭력처럼 조직 내부의 고충처리기구를 통해 사건 조사와 가해자 분리 및 징계를 요청할 수 있게 된다. 여성가족부는 7일 공공부문의 스토킹 예방지침 표준안을 공개하며 중앙정부, 지자체, 공공기관이 표준안에 따라 자체 지침을 마련하도록 독려하겠다고 밝혔다.

표준안은 공공기관에서 스토킹 행위가 발생했을 경우 기관이 조기 개입해 추가 피해를 막고 피해자 보호 및 가해자 징계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았다. 공공기관은 피해자로부터 조사 신청서를 접수하고 20일 내로 조사를 마쳐야 한다. 이후 가해자에 대한 징계가 확정되기 전이라도, 피해자 의사에 따라 근무장소 변경, 배치전환 등 보호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

조직이 가해자를 감싸는 일을 막기 위한 조항들도 표준안에 담겼다. 스토킹을 한 사람이 기관장일 경우 사건 조사와 조치는 상급기관으로 이관해야 한다. 사건을 심의하는 고충심의위원회는 특정 성별 위원이 10분의 6을 초과해선 안 되고, 위원 2명 이상을 스토킹 관련 외부 전문가로 위촉하게 했다.

피해자나 피해자 조력자, 신고인에게 불이익을 줘선 안 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들이 스토킹 사건을 신고하거나 피해자 보호 조치를 요구했다는 이유로 기관장이 신분상 불이익을 주거나 징계, 승진 제한 등 부당한 인사 조치를 해선 안 된다. 이들에 대한 집단 따돌림, 폭언 등으로 정신적·신체적 손상을 주거나 이를 방치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기관장과 사건 처리 담당자에게는 비밀 유지 의무를 부여했다.

여가부는 공공기관이 별도 기구 신설 없이 기존 고충상담기구에서 스토킹 사건까지 다룰 수 있다고 안내했다. 또 성희롱·성폭력 등 다른 폭력 예방교육과 스토킹 예방교육을 통합해서 실시할 수 있게 했다. 여가부는 "기관별 조직 현황에 따라 제도를 효율적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공공기관 내 스토킹 피해자 보호 조치가 강화되면 지난해 9월 서울교통공사 직원 간에 발생한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과 같은 비극을 예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범인 전주환은 피해자인 직장 동료를 2년에 걸쳐 스토킹했고, 스토킹 사건의 1심 선고를 앞두고 피해자를 살해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사건 발생 1년 전인 2021년 10월 경찰로부터 전씨를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는 통보를 받고 전씨를 직위해제했으나, 징계는 판결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미뤘다. 결국 직위해제 처분만 받은 전씨는 공사 인트라넷에 접속해 피해자의 근무지 정보를 빼내 범행했다.

홍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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