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러시아 전쟁, ‘잊힌 전쟁’ 되나?

입력
2023.11.08 04:30
25면

편집자주

초연결시대입니다. 글로벌 분업, 기후변화 대응, 빈곤퇴치 등에서 국적을 넘어선 세계시민의 연대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같은 시대, 같은 행성에 공존하는 대륙과 바다 건너편 시민들의 민심을 전합니다.

우크라-러시아 전쟁에서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어느 정도 돕고 있다고 생각하나

우크라-러시아 전쟁에서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어느 정도 돕고 있다고 생각하나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초기부터 우크라이나에 대대적인 지원을 했던 미국의 행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우크라이나를 1년 8개월이나 계속 지원하는 문제에 대해 미국 국민의 피로감이 누적되면서 회의론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여론조사업체 갤럽이 최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크라-러시아 전쟁에서 미국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 미국민 응답자의 41%는 너무 많은 일을 하고 있다(Too Much)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 8월 같은 응답을 한 비율(24%)보다 무려 17%포인트나 오른 수치다. 반면 ‘충분하지 않다’(Not enough)라는 답변은 38%에서 25%로 급감했다.

정치 성향별로 살펴보면 공화당 성향 유권자 중 절대다수가 계속 지원 방안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공화당 지지자는 지난해 8월 43%가 ‘우크라이나 지원에 비판적’이라는 답변을 냈으나, 올해 10월엔 무려 62%가 반대 입장을 밝혔다. 중도층에서도 같은 기간 25%에서 44%로 반대 의견이 높아졌다. 민주당 지지층에서의 반대 의견은 9%에서 14%로 여전히 낮았지만, 답변 비율이 증가한 것도 사실이었다.

전쟁이 어떤 결과로 마무리돼야 하나

전쟁이 어떤 결과로 마무리돼야 하나

회의론은 ‘전쟁의 결과가 어떻게 끝나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를 묻는 질문에서도 확인됐다. 분쟁이 장기화하더라도 이전의 우크라이나 영토 회복을 지원해야 한다(Supporting reclaiming territory)는 답변은 지난해 8월 66%에서 올해 10월 54%로 줄었다. 반면, (일부 영토를 러시아에 양도하더라도) 최대한 전쟁을 빨리 끝내야 한다(End quickly)는 의견은 31%에서 43%로 증가했다.

미국은 우크라에 재정 지원을 계속 해야 하나

미국은 우크라에 재정 지원을 계속 해야 하나

재정 지원 문제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61%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재정 지원에 제한을 둬야 한다’(There should be a limit of financial support)고 답했지만, ’우크라이나의 재정 지원 요청에 응해야 한다’(Maintain financial support as long as Ukraine requests it)는 37%에 머물렀다. 역시 공화당 지지자의 84%가 ‘재정 지원 제한’ 의견을 냈다. 같은 의견을 낸 민주당 지지자는 34%였다.

세계 원조 자료 수집 전문 연구기관인 키엘 세계 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이 분쟁 초기부터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인도적ㆍ재정적ㆍ군사적 지원 규모는 760억 달러(약 100조 원)에 이른다.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2021년 1월) 이후 군사 원조액은 444억 달러, 이 중 러시아 침공(2022년 2월) 이후 원조액은 437억 달러(약 58조 원)로 연구소는 추산했다.

현재 누가 승리하고 있다고 보는가

현재 누가 승리하고 있다고 보는가

현재 전황에 대해서도 시큰둥한 민심이 포착됐다. ‘우크라이나가 이기고 있다’고 보는 의견은 20%, ‘러시아가 이기고 있다’는 의견은 14%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은 가운데, ‘어느 쪽도 이기고 있지 않다’는 의견이 64%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이런 미국 내 기류는 러시아의 침공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항전이 1년 8개월 이상 지나면서 장기화 국면에 빠진 데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사이에서도 전쟁이 터지면서 국제사회의 관심이 중동 지역으로 쏠리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공화당이 다수인 미국 하원은 지난 2일 이스라엘에만 무기 등을 지원하는 143억 달러(약 19조 원) 규모의 예산안을 가결했다. 당초 바이든 행정부는 이스라엘 지원 예산(143억 달러)에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614억 달러)까지 패키지 법안을 요청했지만, 하원은 우크라이나 지원안을 배제한 것이다.

이에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추가 조치를 발표했다. 미 국방부는 3일 우크라이나 안보에 대한 핵심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총 4억2,500만 달러(약 5,700억 원) 규모의 추가 군사 지원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중 대통령사용권한(PDA)에 따른 즉시 지원 금액은 약 1억2,500만 달러다. 다만, 이번 PDA 지원액은 전쟁 이후 가장 적은 액수다.

강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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