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러시아 테러리스트와 대화 원치 않아"... 평화협상 가능성 일축

"미국·EU 평화협상 논의" 보도 하루 만에
러와 대화 가능성 부인... "다양한 작전 중"
"우크라이나에 트럼프 초대할 것" 발언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4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회담한 후 공동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키이우=AFP 연합뉴스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피로감을 느껴 평화 협정을 원한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는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테러리스트(러시아)와 어떤 대화도 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평화 회담 가능성을 일축한 셈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미국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테러리스트를 믿을 수 없다. 그들의 말은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러시아에 대한 강한 의심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우크라이나가) 대화할 준비가 안 됐다는 것을 미국도 안다”고 덧붙였다.

이날 인터뷰는 전날 NBC가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러시아와의 평화 협상 타결을 위해 우크라이나 정부가 포기해야 할 사안에 대해 광범위한 논의를 조용히 시작했다”고 보도한 지 하루 만에 이뤄졌다. 미국 백악관과 젤렌스키 대통령은 해당 논의가 전혀 없었다면서 NBC 보도 내용을 부인했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도 “(전쟁) 상황이 어렵다”면서도 “이를 교착상태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군은 더 빨리 전진하고 러시아가 예상치 못한 공격을 하기 위해 다양한 작전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전쟁 지속 의지를 표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우크라이나군이 전날 크림반도 동부 항구도시 케르치의 조선소에 순항미사일 15발을 발사했고 러시아 군함 한 척이 손상됐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우크라이나에) 초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내년 미국 대선의 유력한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간 ‘재선에 성공하면 24시간 내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수 있다’는 공개 주장을 해 온 데 대한 반응이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 전쟁을 관리할 수 없다는 것을 설명하는 데 24분만 있으면 된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때문에 평화를 가져올 수 없다”고 말했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