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자동심장충격기(AED)가 탄생하기까지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메리 셸리의 SF ‘프랑켄슈타인(1818)’의 대중적인 반향은, 역설적으로 당시 유럽인에게 프랑켄슈타인의 ‘과학’이 꽤나 그럴싸했기 때문이었다. 18세기 이탈리아 해부학자 루이지 갈바니(1737~1798)가 개구리 뒷다리에 전기자극을 가해 죽은 근육을 움직이게 했고(경련), 1803년 영국왕립의대 연구진이 살인죄로 교수형을 당한 시신의 머리에 전기자극을 가해 시신이 눈을 뜨고 사지 일부가 움직이는 현상을 확인했다. 당대인 중에는 미래의 과학이 죽은 사람을 전기로 되살릴 수도 있으리라 믿는 이들도 있었을 것이다.
1952년 11월 13일 미국 심장의학자 폴 졸(Pall M. Joll, 1911~1999)이 의학저널 ‘뉴잉글랜드 저널’에 전기자극을 통한 심장 소생술을 발표하자 심장 전문의들조차 상당수가 거부감을 드러냈다고 한다. 당시 심장마비 환자 소생술은 외과 수술, 즉 가슴을 연 뒤 손으로 심장을 쥐어짜듯 자극해 박동을 유도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죽은 심장을 전기로 되살릴 수 있다는 졸의 주장은 이론적·실용적 타당성을 떠나 “신의 뜻에 어긋나는” 불경으로 인식됐고, 가톨릭신문들은 졸의 연구와 ‘기이한 치료’를 고발하고 비난하는 기사를 싣곤 했다.
보스턴에서 태어나 하버드 의대를 나온 졸은 2차 세계대전 영국 야전병원에서 심장 파편 제거 수술 등을 도우며 심장 박동의 전기 자극 원리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귀국 후 그는 연방보건국에 연간 5,000달러 연구비 지원 신청을 했다가 거부당한 뒤로도 동물실험을 거듭, 52년 말기관상동맥 질환으로 심정지 상태에 빠진 만 65세 남자를 전기 자극으로 회생시켰다. 그 남성은 6개월가량 더 생존했다.
73년에야 ‘앨버트 래스커 임상의학연구상’을 수상한 졸은 93년 은퇴할 때까지 제세동기 성능 개량 연구를 지속하며 심전도기와 삽입형 심박조율기 개발에도 기여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