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없이 나선 가을 등산… 자칫 ‘심장 돌연사’ 위험

입력
2023.10.29 06:00
수정
2023.10.29 11:35
20면
구독

[건강이 최고] 쥐어짜는 듯한 가슴 통증 생기면 심혈관 질환 의심해야

등산객들이 단풍이 곱게 물든 서울 북한산을 찾아 짙어가는 가을 정취를 만끽하고 있다. 뉴스1

등산객들이 단풍이 곱게 물든 서울 북한산을 찾아 짙어가는 가을 정취를 만끽하고 있다. 뉴스1

만산홍엽(滿山紅葉)의 계절이다. 짙게 물든 단풍을 구경하기 위한 산행에 나선 행락객들이 크게 늘었다. 게다가 등산은 심폐 지구력·균형 감각 등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요즘처럼 일교차가 클 때 무리하게 산에 오르다가 심근경색·협심증 등 심혈관 질환에 노출돼 심장 돌연사할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등산 중 사망하는 사고 원인으로 심혈관 질환이 가장 많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2017~2021년 발생한 등산 중 사망 사고 69건 중 심혈관 질환에 의한 사망은 39건(56%)이었으며, 10월에 가장 많이 발생했다.

◇쥐어짜거나 터질 것 같은 가슴 통증 생기면

일교차가 심한 요즘 무리하게 등산하면 탈진·탈수와 함께 교감신경이 활성화돼 혈관이 수축하고 혈압이 상승해 협심증·심근경색 같은 심혈관 질환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기온이 1도 내려가면 혈압은 평균 1.3㎜Hg 올라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박창범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중년이 넘은 나이라면 체력을 고려해 최고 심장박동 수의 60~75% 속도로 등산을 즐기고, 약간 숨 차는 정도가 넘어가면 쉬고 적절히 수분을 섭취하는 게 좋다”고 했다.

협심증과 심근경색의 주요 증상은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흉통·호흡곤란·식은땀 등이다. 가슴 통증은 ‘쥐어짠다, 조인다, 뻐근하다, 누른다, 답답하다, 터질 것 같다’는 등으로 표현된다.

가슴 통증이 협심증 때문이라면 보통 5분 이내 멈추지만, 심근경색이 원인이면 1시간 이상 지속된다. 특히 관상동맥이 막혀 심장근육이 괴사하면 심장 돌연사 위험이 높아진다.

전두수 인천성모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우리 몸은 찬 공기에 노출되면 혈관은 수축하고 혈압은 상승하므로 고혈압·당뇨병 같은 대사 질환이 있다면 혈압이 가장 높은 시간대인 새벽 산행은 피해야 한다”며 “등산 도중 일행의 심장 돌연사를 예방하려면 평소 심폐소생술(CPR)을 숙지하는 게 좋다”고 했다.

산행 중 쓰러진 사람을 발견하면 즉시 119에 전화해 도움을 청해야 한다. 이후 환자의 가슴 중앙에 있는 가슴뼈 아래쪽 절반 지점에 양손을 깍지 낀 상태로 손바닥 아래를 접촉한다. 또 양 팔꿈치를 쭉 펴고 양 손바닥을 겹친 뒤 분당 100~120회 속도로 5㎝ 정도 깊이로 빠르게 누른다.

인공호흡이 가능하면 가슴 압박 30회, 인공호흡 2회를 반복 시행한다. 인공호흡에 자신이 없다면 머리로 혈류가 지속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가슴 압박만 제대로 해도 환자 소생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일교차가 심한 날에 등산하다가 자칫 ‘저체온증’에 노출될 수 있다. 저체온증을 예방하려면 여러 겹의 옷을 준비해 산에 오를 때는 가볍게 입고 휴식을 취할 때나 정상에서는 겉옷을 입어 체온 손실을 막아야 한다.

산행 전에 가벼운 스트레칭은 근육을 풀고 심폐 기능을 활성화하면 저체온증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또한 산행 중간에 휴식 시간을 두고 스트레칭을 반복하면 저체온증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다.

김동환 강동경희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특히 60대 이상은 근육량이 적어 저체온증에 걸리기 쉽다”며 “땀이 과하게 나거나 과호흡·말초 혈관 확장 등과 함께 탈진·탈수 등이 생기면 저체온증 신호로 여겨야 한다”고 했다.

◇내리막길에선 무릎에 체중 3~5배 부하 가해져

산을 안전하게 오르려면 어깨에 힘을 빼고 상체를 살짝 앞으로 숙여서 걷는 게 좋다. 발바닥 전체를 지면에 붙이듯 편안한 자세를 유지하고 평지를 걸을 때보다 느린 속도로 걷는 게 도움이 된다.

특히 산에서 내려올 때 관절에 무리가 가기 쉬워 부상에 유의해야 한다. 내리막길에서는 체중의 3~5배가 무릎 관절에 실려 힘이 앞으로 쏠리기 때문이다. 비만인 사람은 무릎 연골이 손상돼 고생할 수 있다.

하산하다가 무릎 관절을 다치지 않으려면 뛰어 내려가지 말아야 한다. 또 무릎에 실리는 부하를 줄이기 위해 여유를 갖고 보폭을 좁혀 천천히 내려가야 한다. 지팡이를 이용하면 무릎에 가해지는 부하가 분산돼 관절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평소보다 무릎을 더 구부려 천천히 내려와야 무릎·허리 부담도 감소한다.

내리막길에서 무릎 통증이 느껴지면 일단 멈추고 충분히 쉬어야 한다. 발을 짚을 때 뒤꿈치가 먼저 닿도록 하면 무릎 관절에 가해지는 몸무게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골절이 생겼거나 의심되면 119로 전화해 응급조치를 받아야 한다. 불필요한 움직임은 삼가고,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마련한 지침인 ‘RICE 요법’을 따르면 된다. RICE 요법은 △휴식을 취함(Rest) △부상 부위 냉찜질(Ice) △압박을 가함(Compression) △부상 부위를 심장보다 높이 올림(Elevation) 등이다.

고혈압·당뇨병 같은 대사 질환이 있다면 혈압이 가장 높은 시간대인 새벽에 산행을 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뉴시스

고혈압·당뇨병 같은 대사 질환이 있다면 혈압이 가장 높은 시간대인 새벽에 산행을 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뉴시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