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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학 '팬덤' 자랑하는 젊은 작가 김초엽·정세랑, 더 매력적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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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덤이 가요계나 정치권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최근 한국 문학의 국내외 인기의 주요한 원동력이 작가 팬덤임은 부인할 수 없다. 김초엽(30)과 정세랑(39)은 그중에서도 국내 외 대형 팬덤을 보유한 작가로 꼽힌다. SF·판타지 등 장르적 특색이 또렷한 이들 작품은 기발한 상상력으로 독자를 끌어당기면서 '장르문학은 마니아의 것'이란 편견을 깼다. 두 작가가 나란히 장편소설을 내고 독자들을 찾았다.
신간 ‘파견자들’은 과학적 상상력으로 무장한 김초엽의 세계를 잇는 작품이다. 15만 부가 팔린 ‘지구 끝의 온실’(2021)과 비슷한 디스토피아적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전자가 식물이 지배하는 지구에 살아가는 인간을 그렸다면 이번엔 곰팡이, 균류와 비슷한 ‘범람체’가 지상을 점령한 후 이야기다. 먼 우주에서 지구로 날아든 범람체는 인간에게 '광증'을 일으켰고 이 때문에 인간은 땅 밑으로 숨었다. 그러나 인간은 지하 도시에서도 끊임없이 지상 탈환을 꿈꾼다. 소설은 주인공 ‘태린’이 지상을 탐험하며 범람체 관련 정보를 수집하는 임무를 띤 ‘파견자’가 되는 과정을 따라간다.
범람체는 인간과 닮은 듯 다르다. 균류를 닮았지만 훨씬 단단한 형태를 띤 범람체의 그물망은 수많은 개체의 총합과도 같다. 공동체를 이루며 사는 인간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한편으로는 인간 신체를 구성하는 수많은 세포, 미생물을 생각나게 한다. 범람체와 태린이 처음 만나 나눈 대화는 그래서 흥미롭다. “네(인간)가 정말로 하나의 존재”가 맞느냐는 질문에 태린은 혼란을 겪는다. 이는 스스로를 독립된 개체로 인식하는 인간의 ‘자아’가 착각일 수 있다는 작가의 질문으로 이어진다.
범람체라는 존재는 인간 중심적 사고를 넘어서는 발판이 된다. SF 상상력이 인간의 인지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작가의 바람대로다. 동물, 식물, 로봇 등 비인간인 존재들과 인간은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시간을 선사한다. 이 소설을 땅에 붙어 있게 하는 건 과학적 자료를 충분히 탐구한 작가의 노력 덕분이다. '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2021) '내가 된다는 것'(2022) '탈인지'(2022) '이토록 굉장한 세계'(2023). 작가가 밝힌 주요 참고 서적 목록이, 그 상상력의 기반이 얼마나 탄탄한가를 증명한다.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는 정세랑 작가의 첫 역사 추리물이다. 동명의 드라마로도 큰 인기를 얻은 판타지 소설 '보건교사 안은영'에서 보여준 명랑함은 남겨 두고, 미스터리를 녹였다. 죽은 오빠 ‘자은’의 신분으로 당나라 유학생활을 한 통일신라 시대 여성인 ‘미은’의 모험담이다. 소설은 자은이 유학을 마치고 수도 금성으로 돌아오면서 시작한다. 가문을 일으켜야 할 책임을 진 자은이 각종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해결하고 그 덕분에 왕의 초대로 연회에 참석하기까지를 담았다.
자은이 귀향길에 만난 '목인곤'과의 합은 이 소설의 큰 재미다. 이들은 셜록 홈스와 왓슨 같은 관계다. 저택, 동궁과 월지 등 제한된 공간에서 범인을 수사하는 구성은 추리물의 거장 애거사 크리스티의 영향을 받았다. 추리물의 정석을 따른 셈이다. “언제나 원인이 밝혀지고, 답이 주어지고, 해결이 있는 이야기들”인 미스터리 장르에서 팬데믹 시기 큰 위안을 얻었다는 작가는, 그 경험을 독자에게 돌려주고 싶었던 듯하다.
역사적 배경은 깊이를 더한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삼국을 통일하는 큰 전쟁이 끝나고 “풍요 속에 숨어 있는 붕괴의 씨앗 같은 것”이 꿈틀거리던 시기(통일신라 신문왕 시대)를 선택했다. 그럼으로써 자신이 벤 적군이 “항상 적군은 아니었다는 것”에 괴로워하는 장군, 유학생활을 하던 중 나라가 사라져 길을 잃은 백제 출신 장인(목인곤) 등이 등장한다. “이 융성한 날들을 위해 누가 죽어야 했는지. 어떤 싸움을 했는지”를 한 명쯤은 기억하길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느껴진다.
소설은 설자은 시리즈의 시작이다. 2, 3권(‘설자은, 불꽃을 쫓다’ ‘설자은, 호랑이 등에 올라타다’)의 출간은 확정됐다. 시리즈가 열 권을 넘길 바라는 작가의 바람이 이뤄져, 설자은의 성장을 볼 수 있을지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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