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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만난 유기동물

입력
2023.10.25 04:30
27면

생태계

편집자주

사람에게 따뜻함을 주는 반려동물부터 지구의 생물공동체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구체적 지식과 정보를 소개한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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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많이 오던 어느 날, 지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아기고양이가 도로에 있어 집으로 데려왔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를 물었다. 동물보호법은 유기동물에 대해서 어떻게 규정하고 있을까?

유기동물이란 '도로·공원 등의 공공장소에서 소유자 없이 배회하거나 내버려진 동물'을 의미한다. 누구든지 유기동물을 발견하면 관할 지자체나 동물보호센터에 신고할 수 있다(법에는 규정되어 있지 않지만, 구조자가 유기동물을 직접 보호하는 것도 가능하다).

신고를 받은 지자체는, 유기동물을 구조하여 치료·보호(보호조치)할 의무가 있다. 지자체는 보호조치 후 유기동물 소유자가 있는지 확인하고, 보호조치 사실을 인터넷으로 공고해야 한다. 만약 공고한 날로부터 10일이 지나도 소유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지자체가 유기동물의 소유권을 취득한다.

지자체는 공고기간 동안 유기동물의 기증이나 분양을 추진하고, 공고기간 종료 후 유기동물을 인도적으로 처리(안락사)한다. 법에 따르면 공고기간 종료 즉시 안락사가 가능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나, 실무적으로는 최대 30일 정도의 유예 기간을 두고 안락사를 시행한다.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구조된 유기동물은 총 11만3,440마리로, 이 중 3만490마리가 자연사하였고, 1만9,043마리가 안락사됐다(평균 보호기간 26일). 결국 지자체에서 유기동물을 구조할 경우, 약 44% 비율(자연사 26.9%, 안락사 16.8%)로 죽음을 맞게 된다. 이로 인해 지자체에 신고하는 것을 꺼리고 동물보호단체 또는 민간동물보호시설의 도움을 받으려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이들 역시 장소, 비용 등의 문제로 구조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힘든 상황이다.

유기동물 구조 자체는 바람직하지만, 몇 가지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다. 법상 길고양이는 보호조치 대상이 아니므로, 지자체에 신고해도 구조해 가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많이 다치거나 자생할 수 없는 3개월 이하의 아기고양이만 예외적으로 보호조치 대상이 된다(동물보호센터 운영지침 제3조).

이에 더해 아기고양이는 어미가 근처에 있을 수도 있으므로, 장시간 관찰하여 어미가 없는 것을 확인한 후 구조하여야 한다. 사람 손을 타는 경우에는 어미가 아기고양이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동네에서 살아가는 발바리들은 실제 주인이 있거나, 스스로 잘 살아가는 개체도 있으므로, 구조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나은 경우도 있다. 좋은 마음으로 베푼 구조의 손길이 오히려 독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한재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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