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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역마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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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따뜻함을 주는 반려동물부터 지구의 생물공동체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구체적 지식과 정보를 소개한다.
2주 전, 동물단체들이 충남 공주시의 말 농장주를 동물학대죄로 고발했다. 그 과정에서 밝혀진 사실은 생각보다 참혹했다. 최근 두 달 사이에 8마리 말이 사망하여 농장 바닥에서 부패한 사체로 발견되었고, 최종적으로 구조된 18마리의 말들은 갈비뼈가 불거질 정도로 야위고 상처가 나 있었다(며칠 전 건강이 악화된 말 1마리가 사망해서, 이제 17마리의 말이 남아있다). 이들은 대부분 퇴역마로 확인되었다.
사건 자체도 참혹하지만, 돌이켜보면 말과 관련한 다양한 사건·사고가 매년 발생하고 있다. 2021년에는 제주도가 경주 퇴역마를 반려동물 사료로 제조하는 공장을 만들겠다고 했다가 철회한 사건이 있었고, 2022년에는 부여에서 경주 퇴역마 4마리를 방치하여 2마리가 사망했다. 2023년에는 경주마 은퇴 후 8마리의 새끼를 낳고 도축장으로 향하던 말 '늘봄'이 구조된 사례도 있었다.
그렇다면 공주에서 구조된 말들은 지금 안전할까? 슬프게도 말들은 아직 그 농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지만, 지금부터는 어른의 논리가 적용되는 현실의 문제이다. 말이 겨울을 보낼 마사를 어떻게 확보할 것이고, 말의 식비는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이미 건강이 악화된 말의 치료비는 어떻게 충당할 것인가. 말의 평균 수명이 35세에 달하는데, 수십 년간 그 비용을 어떻게 충당할 것인가(17마리 기준으로 연 4억 원 이상이 소요될 것이다).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으면 말의 구조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농림축산식품부, 공주시 지자체 및 마사회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한국마사회는 매출의 16%를 세금으로 내고 있고, 이에 따라 국가는 매년 약 1조 원이 넘는 금액을 징수한다. 그러나 퇴역마 복지를 위한 정부 예산은 5억 원도 되지 않고, 한국마사회가 조성한 연간 약 20억 원 규모의 '더러브렛 복지기금'의 지원 역시 받기 힘든 상황이다.
나는 처음 말을 탔을 때의 그 느낌을 잊지 못한다. 말의 초롱초롱한 눈망울과 정갈한 몸을 보고 있노라면 경외심마저 든다. 그러기에 나는 지금 이 칼럼을 쓰고 있는 도중에도 말들의 구조방안에 대해 계속 논의하고 있고, 수일간의 논의 끝에 결국 대한승마협회의 박서영 회장이 직접 구조활동에 동참하여 긴급하게 마필전문가 및 수의사를 보내 말들을 치료하고 관리하기로 하였다. 아무쪼록 다양한 조력을 통해 국내 말 산업에서 말들이 더 이상 비참한 죽음을 맞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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