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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작품을 보면 재밌다”… '눈이 보이지 않는 친구와 예술을 보러 가다'

입력
2023.10.21 04: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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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한 설명 위해 더 잘 보고, 새롭게 보려 노력”
“작품 보는 방식 단 하나 아냐, 미술 감상의 재미”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작품을 보는 방식은 단 하나가 아니라 보는 사람 수만큼 존재하며, 또 시대에 따라 그 해석과 가치도 달라진다. 실은 이것이야말로 미술을 보는 재미 중의 하나다.”

일본의 논픽션 작가인 가와우치 아리오(51)가 선천 전맹으로 시각 기억이 거의 없는 친구와 일본 각지의 미술관을 순례한 기록을 책으로 묶었다. 2년간 앞을 볼 수 없는 시라토리 겐지(54)와 일본 각지 미술관을 돌아다니면서 작가는 “그 사람과 함께 작품을 보면 재미있다”는 지인의 말이 사실이었음을 고백한다. 보이지 않던 게 보이고 익숙한 미술관이 전혀 다른 장소로 느껴진다는 것. 평소에 슬쩍 보고 지나칠 작품도 자세히 설명하기 위해 더 잘 보고, 새롭게 보려고 노력하게 됐다고 작가는 말한다.

책은 가와우치와 시라토리 간 대화록 형식으로 구성돼 친근하다. “(그림 속) 테이블 위에 놓인 건 뭘까”, “치즈와 빵 같은데” 라는 식이거나 혹은 “그림은 어떤 형태예요?”, “음, 세로로 길어요. 직사각형보다 세로가 길어요" 같은 식이다.

2년간의 경험을 통해 작가는 평소 방대한 시각정보에 노출되며 예술, 장애, 세상에 대해 무의식 중 필요한 정보만 취사선택하며 생긴 편견에서 벗어나게 됐다고 강조한다. 시라토리 역시 비장애인에 가까워지려던 강박에서 시나브로 벗어난다.

책 이곳저곳에 이들이 미술관에서 본 그림 사진을 배치했다. 책을 보면서 직접 이런 연습을 해볼 수도 있겠다. ‘나라면 시라토리에게 어떻게 설명했을까.’ 사회적 약자가 물리적·심리적 장애물 없이 편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무장애(배리어 프리·Barrier Free) 정책에 관심 있는 이들뿐만 아니라, 마음으로 보는 미술감상법이 궁금한 이들에게도 영감을 줄 수 있는 책이다.

눈이 보이지 않는 친구와 예술을 보러 가다·가와우치 아리오 지음·김영현 옮김·다다서재 펴냄·432쪽·2만2,000원

눈이 보이지 않는 친구와 예술을 보러 가다·가와우치 아리오 지음·김영현 옮김·다다서재 펴냄·432쪽·2만2,000원


김청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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