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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의대 정원...의사들 집단 휴업 카드 꺼낼까 숨 고르는 정부

입력
2023.10.18 04:30
수정
2023.10.18 17:52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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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또는 내주 공식 발표 놓고 '고심'
의대 정원 확대 입장은 확고 "더는 못 미뤄"
의협 "강행 시 3년 전보다 더 강력히 투쟁"

17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 모습. 뉴시스

17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 모습. 뉴시스

18년 만에 의대 정원 확대에 나선 정부가 공식 발표를 앞두고 막판 고심 중이다. 당초 이번 주 후반에 증원 규모를 발표할 예정이었는데, 의사단체가 '총파업'을 언급하며 강하게 반발하자 한발 물러서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의사들 반발을 잠재우고자 발표 시기를 늦출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동시에 전반적으로 찬성 여론이 우세한 만큼 이달 안에 공식화할 가능성도 크다.

17일 보건복지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 내부적으로 의대 정원 확대 발표 시기를 놓고 저울질이 한창이다. 복지부는 "아직 발표 시기에 대해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지만 의료계에서는 의사들 반발에 갈팡질팡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정책 당사자인 의사들의 움직임을 지켜본 뒤 시간을 두고 세부 조율을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의사계는 즉각 강경 대응을 예고하며 대응 수위 논의에 들어갔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대 정원 증원을 밀어붙일 경우 같은 문제로 총파업에 들어갔던 2020년 8월 '집단 진료 거부 사태 재현'도 불사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이날 저녁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열린 의료계 긴급 대표자 회의에서 "증원 발표를 강행한다면 14만 명의 의사들과 2만 명의 의대생들은 3년 전보다 더욱 강력한 투쟁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의협 "정부가 이번 주 발표 아니라고 해, 같이 풀자"

대한의사협회가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연 '의대 정원 확대 대응을 위한 긴급 의료계 대표자 회의'에서 이필수 의협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의사협회가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연 '의대 정원 확대 대응을 위한 긴급 의료계 대표자 회의'에서 이필수 의협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사들 사이에서는 분노 여론이 상당하다. 의대 정원 문제를 논의하고자 정부와 의협이 꾸린 의료현안협의체에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의료계와의 교감 없이 발표하려는 모습에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의협 관계자는 "의대 정원 문제는 전공의 교육과 의료 체계 개선이 같이 가야 해 협의가 중요한데 정부가 일방통행을 한 것"이라며 "언론 보도를 통해 이 사실을 접했고, 500명이라고 했다가 1,000명에서 갑자기 3,000명까지 숫자만 던지는데 이는 의료계를 무시하는 행위"라고 성토했다.

당장 총파업이란 초강경 대응으로 맞서야 한다는 의견을 펼치는 의사도 적지 않다. 이필수 회장은 "의사들은 물론 의대생들과 의대생 학부모들도 많이 분노한 상태"라고 전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이날 오전 의협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 전체 의료를 파멸로 직행하게 할 의대 정원 증원 정책을 강행하면 공보의(공중보건의) 군의관 입대 대신 사병 입대를 설득하는 등 전공의를 모아 행동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조규홍(가운데) 보건복지부 장관이 17일 서울 중구 서울시티타워에서 열린 제5차 의사인력 전문위원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규홍(가운데) 보건복지부 장관이 17일 서울 중구 서울시티타워에서 열린 제5차 의사인력 전문위원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그럼에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날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의사인력전문위원회에서 "정부는 곳곳에서 벌어지는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 등의 현실에 의사 수 증원을 더는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강행은 하되 의료계 의견을 함께 반영하겠다며 당근책도 제시했다. 조 장관은 "인력 재배치, 필수의료 수가 인상, 의료사고 부담 완화 등 의료계의 정책 제안 역시 정부가 가고자 하는 방향과 일치한다"며 "인력 확충과 함께 추진할 정책 패키지 논의를 위해 구체적이고 실현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달라"고 주문했다.

의협은 정부가 협상 공간을 마련해 줄 경우 강경 대응은 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 회장은 "정부로부터 이번 주에 발표하지 않는다고 들었고 숫자도 부인하고 있다"고 안도했다. 그러면서 "충분한 신뢰를 갖고 정부와 의료계가 함께 풀어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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