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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서도 희생자 얼굴이..." 이태원 참사 트라우마 겪는 소방대원 1316명

입력
2023.10.15 19: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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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 불안, 공황장애 등 심적 고통 호소
소방노조 "체계적 치료, 인력 충원 필요"

지난해 10월 30일 새벽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발생한 핼러윈 압사 사고 현장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구조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해 10월 30일 새벽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발생한 핼러윈 압사 사고 현장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구조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 서울에서 소방대원으로 일하는 A씨는 현장에 출동할 때마다 불안하다. 이미 손쓸 수 없는 상태일까 봐, 그래서 또다시 아무도 구해내지 못할까 봐 두려움이 엄습한다. 지난해 이태원 참사 이후 생긴 트라우마다.

# 구급대원 B씨도 불면증과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 이태원 좁은 골목길에 사람들이 쓰러져 있는 모습, 곳곳에서 심폐소생술을 하던 광경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잠을 자다가도 희생자 얼굴이 불현듯 떠오른다.

이태원 참사(29일) 1년이 다 돼 가지만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15일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참사 트라우마로 치료·관리를 받는 소방대원은 1,316명에 이른다. 서울이 906명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 남부 192명, 경기북부 128명, 충북 33명 등 순이었다.

현장에서 구조·이송 활동을 수행한 소방대원보다 많은 숫자다. 후속조치나 행정처리 등 지원 업무를 담당한 일부 인력도 수치에 반영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참사가 소방대원들에게 남긴 후유증이 생각보다 심각하고 광범위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 관계자는 “이태원 참사로 불면증과 악몽, 공황장애, 식욕부진, 극도의 예민함 등을 호소하는 직원이 많다”며 “현장에 출동하지는 않았어도 오랜 현장 대응으로 쌓인 심리적 상처가 참사를 계기로 발현되거나 악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경력이 많은 소방대원들도 트라우마를 적지 않게 호소했다. 직급별로 보면 소방사(9급) 258명, 소방교(8급) 333명, 소방장(7급) 311명 등 하위직이 많았지만, 소방위(6급) 236명, 소방경(6급) 이상 142명, 기타 36명 등 간부급도 상당수 포함됐다.

소방당국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해 치료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고 있다. 2025년에는 국립소방병원도 문을 연다. 하지만 당장 현장이 원하는 지원과는 거리가 멀다. 심리치료를 받고 싶어도 다른 동료에게 부담을 줄 수 있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한 소방대원은 “거의 교대근무를 하는데 불면증을 겪으면 업무 집중도가 떨어지고, 그로 인해 현장에서 실수할지 몰라 불안이 심화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근본적 해결책은 인력 확충이다. 특히 업무 과부하가 극심한 서울 지역의 충원이 절실하다. 소방관 1명당 담당하는 인원은 전국 평균 800명이지만, 서울은 1,300명 수준이다. 전공노 소방본부 관계자는 “소방대원 처우를 개선하고 인력을 충분히 확보해야 또 다른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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