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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은 약 처방이 만능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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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조현병 치료제 ‘소라진’이 출시된 1954년은 정신약물학 혁명의 원년으로 꼽힌다. 신경과학과 분자생물학의 발전에 맞춰 이후 '프로작'과 같은 성능 좋은 우울증 치료제나 항불안제가 발명됐고 이는 광범위하게 처방됐다. ‘정신과 약은 효과적이고, 사람들이 비교적 정상적인 삶을 살도록 돕는다’는 강력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미국의 의학·과학 전문 저널리스트인 로버트 휘태커는 그러나 약물만이 정신질환의 해답인지에 대해 의문을 품는다. 정신과 약물 도입 이후 도리어 정신 장애인 숫자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가령 1955년에는 미국인 468명 중 1명이 정신질환으로 입원했지만 1987년에는 184명 중 1명이 정신질환으로 인한 장애로 보조금을 받았다. 그는 정신과 약의 효과를 부인하지 않는다. 다만 어떤 상황에서는 약물이 분명히 도움이 되지만, 많은 경우 오히려 정신질환의 유행을 부채질하고 만성화시킨다고 주장한다. 환영받지 못하는 진실이다.
다양한 통계와 사례를 제시하면서 저자는 ‘약물 만능론’의 허실을 보여준다. 예컨대 30년간 조현병을 앓은 한 미국 여성 환자는 리스페달이라는 약물을 14년간 복용하며 ‘마음이 맑아지는’ 경험을 했지만 체중 증가, 발과 방광, 심장 기능 저하 등의 부작용도 겪어야 했다. 비록 그는 약 복용을 통해 마음의 안정을 얻었지만 결국 “약을 안 먹었다면 더 생산적으로 살았을 것”이라고 후회한다. 비슷한 사례는 차고 넘친다.
책은 핀란드나 미국 알래스카주 등의 사례를 보여주며 효과적인 비약물 치료 대안도 제시한다. 대화를 통해 환자의 사회적 관계를 복원시키는 ‘오픈 다이얼로그 치료’나 운동을 통해 회복을 꾀하는 ‘운동처방’ 등이 그것이다. 책의 많은 부분이 논쟁적이지만 최소한 ‘약을 보다 잘 사용하기 위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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