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노동조합이 사측과의 올해 임ㆍ단협을 타결짓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달 13일 올해 임ㆍ단협안에 합의, 5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이뤘다. 기아노조는 그제 14차 협상이 결렬되자 12~13일, 17~19일 각각 총 8시간, 20일엔 총 12시간 파업을 예고했다. 여론의 우려 속에 파업을 하루 앞두고 교섭 재개를 결정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문제는 노조가 합의가 어려운 단협의 ‘고용세습’ 조항을 최대 쟁점으로 유지하는 데 있다.
문제의 조항은 27조 1항 ‘재직 중 질병으로 사망한 조합원의 직계가족 1인, 정년 퇴직자 및 장기 근속자(25년 이상)의 자녀를 우선 채용한다’는 규정이다. 정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시정명령 등을 통해 단협에 고용세습 조항을 둔 기업 노사에 해당 조항 폐지를 압박해왔다. 고용세습은 ‘균등한 취업 기회’를 보장한 헌법 위반이라는 게 정부 입장이다. 지금까지 관련 조항을 뒀던 100인 이상 60개 기업 중 54개가 개선을 완료했다. 반면 기아는 아직도 이 문제에 발목이 잡혀 있는 상황이다.
사측은 조항을 폐지하는 대신 노동강도 완화를 위해 연말까지 신입사원 300명을 채용하고, 직원 자녀 1,000명에게 해외 봉사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기아 주니어 글로벌 봉사단’ 운영도 제안했다. 하지만 노조는 “‘우선 채용’ 조항 개정 요구에 앞서 회사의 불법 경영 세습부터 처벌해야 한다”며 일축하고 있다.
‘고용세습’은 사실상 사문화한 조항이다. 때문에 노조의 공감하기 어려운 주장은 ‘64세 정년연장’을 이번 임ㆍ단협에서 관철하기 위한 지렛대용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다. 노조로서는 ‘고용세습’ 조항을 포기하는 대신, 정년연장이나 임금인상 등에서 유리한 타협점을 확보하자는 계산일 수 있다. 아무리 그래도 ‘고용세습’이나, 자사 자동차 임직원 할인제 확대 같은 불공정 특혜를 고집하는 건 더 이상 사회적 공감을 얻을 수 없다. 기아노조는 공연히 사회적 신뢰를 훼손하는 주장을 지금이라도 즉각 거두는 게 옳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