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아시안게임 병역 특례, 이젠 손볼 때 되지 않았나

입력
2023.10.10 04:30
27면

8일 오후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폐회식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이 축하공연을 즐기며 입장하고 있다. 39개 종목에 선수단 1,140여 명을 파견한 한국은 금메달 42개, 은메달 59개, 동메달 89를 획득, 목표했던 종합 3위를 달성했다. 항저우=뉴스1

8일 오후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폐회식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이 축하공연을 즐기며 입장하고 있다. 39개 종목에 선수단 1,140여 명을 파견한 한국은 금메달 42개, 은메달 59개, 동메달 89를 획득, 목표했던 종합 3위를 달성했다. 항저우=뉴스1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마무리된 후 병역 혜택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아시안게임 군 면제 없애자’는 글에 동조하는 댓글이 수천 개가 달렸다. 과연 이들의 땀과 노력에 대한 보상이 신성한 병역 의무의 면제여야 하는지 여론이 묻고 있는 것이다.

병역특례제도는 1973년 박정희 정부에서 예술∙체육계 종사자들에게 국위 선양 동기를 부여하는 차원에서 도입됐다. 아시아 변방의 개발도상국가를 국제사회에 조금이라도 알리는 것이 절실한 시기였다. 그러다 보니 군 미필인 남자 체육인에게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은 합법적인 ‘병역 브로커’였다. 1990년부터 올림픽은 3위 이내, 아시안게임은 1위가 대상이다. 기초 군사훈련과 본인 활동 분야의 사회공헌활동(544시간)만 하면 된다.

여론이 들끓는 건 공정하지도 않고 형평성도 없어 보이는 사례가 적지 않아서다. 야구가 대표적이다. 금메달을 따긴 했지만 고작 8개 국가가 출전했다. 그나마 일본은 아마추어 선수로만 구성됐다. 프로선수가 대거 참여한 우리나라는 심지어 한 경기도 뛰지 않은 선수까지 ‘무임승차’를 했다. 아시안게임 종목이 점점 확대되는 것도 문제다. 이번에는 e스포츠가 처음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리그오브레전드(LoL) 금메달로 병역 면제를 받은 한 선수는 “시대를 잘 타고 태어나서 감사하다”고 말했을 정도다.

시대가 바뀌었다. 태극마크를 달고 메달을 따는 게 값진 성과인 것은 여전하지만, 그렇다고 병역 의무를 면제해줘야 할 만큼 국위 선양을 했다고 보긴 어려울 수도 있다. ‘국위 선양’ 잣대만을 놓고 보면 방탄소년단(BTS)보다 더 큰 역할을 했다고 누가 얘기할 수 있겠는가.

병역특례제도는 신성하다는 병역을 면제해주는 것이 ‘혜택’이라고 말하는 역설적인 제도다. ‘병사 월급 200만 원’ 약속 등 병사 사기 진작 정책에도 역행한다. 바뀐 시대 환경에 맞게 수술대에 올려놓을 때가 됐다. 공정성과 형평성 제고가 필요하다. 저출산으로 군 병력이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특례 폐지까지도 염두에 뒀으면 한다.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