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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경發 ‘중진 험지 출마’, 정치권 쇄신경쟁으로 확산되길

입력
2023.10.10 04:30
27면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국가 통계 조작 사태, 통계 조작 수법과 정상화 방안'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국가 통계 조작 사태, 통계 조작 수법과 정상화 방안'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부산에서 내리 세 차례 당선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내년 총선 때 ‘서울 출마’를 선언했다. 영남지역 여당 현역의원의 수도권 출마선언은 처음이라 ‘중진 험지 출마론’에 불을 지필지 주목되고 있다. 당내 ‘비(非)윤석열계’ 진영으로서 고육지책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기득권에 안주하지 않는 하 의원의 결단은 매우 고무적인 소식이다. 활력이라곤 찾아보기 힘든 여당 내 긴장감을 불어넣고 여야 쇄신경쟁까지 촉발할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하 의원은 지난 주말 기자회견을 열어 “12년 전 당 인재로 영입된 제가 똑같은 역할을 하려 한다”며 “새 인재에게 길을 터주고 서울에서 도전해 승리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서 선택받은 집권당으로서 정치의 변화를 이끌 책임이 없지 않다. 현역의원 분포를 보면 111명 중 PK(부산·울산·경남)와 TK(대구·경북) 의원이 56명에 이르며, 이 중 3선 이상 중진은 16명이다. 하 의원의 깜짝 선언이 마치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처럼 영남 텃밭의 중진들에게 충격효과로 확산되길 기대한다. 새 인물을 영입하고 당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선 기득권을 내려놓는 게 당연하다. 이는 선당후사(先黨後私)의 자세이기도 하다. 윤석열 정부의 사활이 걸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당이 쇄신의 이니셔티브를 쥔다면 더불어민주당도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물론 매번 나오는 ‘중진 살신성인론’ 류의 명분 뒤에는 계파 간 공천암투라는 본질이 숨어 있다. 일례로 민주당에서 나오는 3선 이상 기득권 포기 주장이 비이재명계 의원들을 험지로 내몰아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이유와 같다. 마찬가지로 국민의힘에서 친윤계 핵심의원들의 솔선수범이 없는 한 공천혁신의 진정성을 입증하기 힘든 것이다. 현재의 비호감 대결구도에 지칠 대로 지친 유권자들은 환골탈태 의지를 먼저 내보이는 쪽에 마음을 열 것이다. 지금부터 기득권 내려놓기 성과를 쌓아가야 백지상태에서 혁신의 내용을 어필할 수 있다. 국민은 거대 양당이 뼈를 깎는 쇄신경쟁에 나설 것을 명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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