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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츠 형식 '휙' 눈길 사로잡아... 희화화·단순화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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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뉴스이용자위원회는 6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동영상 콘텐츠 평가를 주제로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는 최영재 위원장을 비롯한 7명의 외부 위원들과 사내 위원인 김희원 뉴스스탠다드실장이 참석했고, 한준규 뉴스룸국 뉴스2부문장과 김성환 논설위원이 함께 했다.
동영상 콘텐츠는 젊은 이용자들이 뉴스를 친숙하고 쉽게 소비할 수 있는 형식이라는 장점이 있어 한국일보 역시 여러 실험을 거쳐 콘텐츠 생산에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위원들은 언론사로서 지켜야 할 저널리즘적 기준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휙' 코너의 경우 1분의 짧은 길이라는 특성과 관련된 한계들이 지적됐는데 짧은 동영상이라 하더라도 적절한 방향성, 시각, 포인트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정부의 야간집회 금지에 대한 찬반론을 정리한 '야간 집회, 해도 된다 vs 안 된다(9월 25일)'에 대해 박경미 위원은 "동영상 내용에 헌법재판소가 두 번이나 위헌으로 판결했다고 나오는데 이에 대해 찬반 논쟁을 제기하는 것이 적절한가"라며 "오히려 야간집회 금지를 도입했던 사례나, 헌재 판결 내용을 구체적으로 전달하는 편이 적절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 이슈가 가십화, 희화화되면서 중요한 쟁점이 무시되는 문제도 있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 가결을 다룬 '[휙] 사상 최초 신기록 세 개나 나온 어제자 국회 요약'(9월 22일)에 대해 박경미 위원은 "상황을 요약 전달하며 시종일관 '최초'를 강조했는데, 군사정부 시기에도 보장됐던 불체포권의 의미를 전달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 보다 근본적인 제도에 대한 정보 전달이 필요했다"고 평했다. 최영재 위원장은 신원식 국방장관 후보 청문회 동영상 '[뉴스+α] 붕짜자 붕짜, 신원식에 혹시 술 드셨냐?'(9월 27일)에 대해 "우스운 질문만 부각되면서 정작 중요한 청문회 쟁점, 왜 이런 질문을 했고 뭐라고 답변했는지는 다루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희화화는 정치인뿐만 아니라 정치 자체를 희화화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 민간용병그룹 수장이 사망한 사건을 다룬 '[휙] 프리고진: 너네도 푸틴한테 암살당하지 않게 조심해'(8월 24일) 역시 "푸틴의 프리고진 암살이 사실이라면 이는 매우 공포스러운 사건인데 출연자가 사망자를 연기하며 지나친 풍자를 한 것은 선을 넘을 우려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최원석 위원은 "죽음이 유머의 소재로 적합한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이목을 끄는 제목, 또는 영상 내용과 동떨어진 제목도 지적 대상이었다. 조영준 위원은 '[휙] 이 정도면 나 빼고 다해본? 마약 근황'(9월 21일)이란 제목에 대해 "마약 문제의 심각성을 다룬 것은 시의적절했으나 제목에서 '나 빼고 다 했다'는 표현은 마치 부추기는 듯해 적절치 않았다"고 말했다. '새롭게 선보이는 아이폰15...가 아니고 윤석열 정부 내각 2기?'(9월 14일)에 대해서도 "내용에 아이폰이 전혀 등장하지 않을 뿐 아니라 개각 문제를 아이폰에 비유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해 보인다"(박경미 위원)는 평가가 나왔다.
최 위원은 '[다이브] 치매 노인이 집을 찾아달라고 한다면?'과 관련해 "사회실험의 경우 질문과 접근법에 따라 반응이 꽤 다른데 관련된 윤리적 문제, 과학적·심리학적 근거를 검토하고 진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실험에 신중할 것을 당부했다.
한국일보가 9월 초 마무리한 영상 콘텐츠 개편에 대해선 1분 내외 쇼츠 동영상 코너인 '휙'과 심층 기획 코너 '다이브'가 대체로 호평을 받았다. '휙'은 기자들이 1인 2역을 맡아 콩트로 그날의 중요 이슈를 전달하는 형식으로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릴스), 틱톡 등에 최적화됐다. 최 위원장은 "한국일보만의 스토리텔링 뉴스 포맷으로 여러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아미 위원은 "휙 하고 찾아온 이슈라는 콘셉트에 맞게 이슈가 신속하게 전달돼 좋았다. '지옥에서 돌아온 이재명? 구속영장 기각'(9월 27일)은 발생 시각이 27일 새벽인데 영상이 당일 오전에 나와 영상을 보고 그 사실을 알았을 정도"라고 말했다. 장한익 위원은 "딸의 학교에서 선생님이 교권침해·추모집회에 대해 '휙' 영상을 보여주며 설명하셨다고 한다"며 "타깃을 20, 30대는 물론, 시사 이슈를 보는 10대까지 확대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뉴스룸의 심층기획을 동영상 콘텐츠로 만든 '다이브'는 깊고 진지한 다큐멘터리 형식이다. '나는 양리단길에 삽니다 - 오버투어리즘: 당신이 망가뜨린 일상'(8월 27일), 치매환자의 실종문제를 다룬 '남편이 사라졌다'(9월 19일) 등이 출고됐는데 "기획기사가 동영상과 결합함으로써 기사의 감동과 울림, 영향력을 배가한다"(최 위원장)는 평가다. 장민제 위원은 "유튜브 영상 전체를 봤을 때는 쇼츠 같은 짧은 콘텐츠만 아니라 길이가 1시간에 가까운 오리지널 다큐멘터리들도 꽤 인기가 많다. 한국일보가 꾸준히 콘텐츠를 생산한다면 유튜브 채널의 킬러 콘텐츠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ㄷh유행'과 '신문연구소'에 대해선 좀 더 고민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ㄷh유행'의 경우 최신 유행을 소개하는 것이 정보는 될 수 있지만 언론사에서 자원을 투자할 만큼 차별화된 점이 있느냐는 반문이 나왔다. '신문연구소'는 신문의 물질적 희소성을 풍자의 소재로 삼은 콘셉트는 나름 참신하지만 한국일보와 독자들에게 그 이득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라는 평가였다.
이용 편의성 측면에서 섬네일, 디자인, 화면 배경 등 개선해야 할 점도 많았다. 장민제 위원은 "알고리즘을 통해 이용자가 한국일보 채널에 들어오면 섬네일부터 보게 되는데, 지금은 코너명과 제목이 작거나 얇아서 눈에 잘 띄지 않고 잘 구분되지 않는다"며 "코너명이나 제목 중 강조하고 싶은 것을 눈에 잘 띄게 넣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휙', 'Huick', 'huick' 등으로 하나의 코너에 대한 로고 디자인이 조금씩 다른 점을 지적하며 통일된 디자인을 만들고 일관되게 적용할 것을 주문했다. 이밖에 △영상 속 자막의 크기가 너무 작아 키워야 하고 △각종 효과가 들어간 화면 배경을 단순화하는 게 좋고 △출연자가 좀 더 빠른 호흡과 정확한 발성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자막이 영상 상단과 하단에 동시에 뜨는데 장년층은 소화가 어렵다. 정리가 됐으면 좋겠다"(장한익 위원)는 의견도 있었다.
영상콘텐츠의 유통에 대해선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여겨졌다. 우선 영상 콘텐츠가 정기적으로 업데이트돼 이용자들이 예측하고 길들여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용자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홈페이지 개선 주문도 있었다. 조 위원은 "유튜브에서 검색하면 한국일보 동영상 채널이나 콘텐츠를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오히려 한국일보 홈페이지에서는 검색이 어렵다. 홈페이지 상단에 '영상' 탭을 추가하면 어떠냐"고 했다.
장민제 위원은 "'다이브'처럼 높은 퀄리티의 오리지널 콘텐츠의 경우 홈페이지 메인에 띄워서 힘을 실어줘도 좋겠다. 지금은 PC 기준으로 홈페이지에서 한참 내려야 영상을 찾을 수 있어 아쉽다. 웹페이지나 지면에 OR코드 등을 활용해 영상 배포 창구를 최대한 늘려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쇼트폼 플랫폼에서 영상이 높은 조회수를 기록해도 한국일보 콘텐츠로 유입시키는 장치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예로 '나는 양리단길에 삽니다…' 인스타그램 릴스는 조회수 295만을 기록했지만 본편 영상은 5만 회 정도에 그쳤다. 이 의원은 "인스타그램 유저가 본편 영상을 궁금해해도 릴스 맨 끝에 ‘다이브에서 확인하세요’로만 언급돼 있어 접근성과 편의성이 떨어진다"며 "댓글에 본편 링크를 달아주거나 릴스를 스토리로 재공유해 영상 링크를 걸어주는 식의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 부문장은 "온라인 콘텐츠의 유통 전략이 굉장히 중요한데, 인력 부족 등의 문제로 콘텐츠 생산에 집중하다 보니 많이 신경 쓰지 못했다"며 "위원들이 준 지적들을 참고해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는 언론사가 동영상 서비스를 하는 목표와 전략이 명확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 위원장은 "지금까지 국내 신문사가 동영상 콘텐츠로 성공한 전례가 없다"며 "한국일보가 동영상 콘텐츠를 이용해 △멀티미디어 회사로 혁신하려는 것인지 △한국일보 기사를 보는 연결통로로 활용하려는 것인지 △동영상 사업을 별도로 하려는 것인지를 검토해 확고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라 비즈니스 모델, 미디어 전략, 타깃마케팅 전략이 따라오게 된다는 설명이다. 장민제 위원은 "모든 콘텐츠를 실험이라고 생각하고 반응이 나오는 콘텐츠를 발굴하고 안 나오는 콘텐츠는 과감히 버리는 전략을 택하면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최 위원은 "왜 한국일보 모바일 앱은 구독을 권하지 않느냐"고 디지털 구독자 늘리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현재 전 언론사가 (수익화를 염두에 두고) 디지털 구독자 확보에 사활을 걸었는데 한국일보 앱에는 종이신문 구독 신청만 있다"면서 "조회수 못지않게 구독도 늘어나야 좋은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공격적인 광고로 1년간 유료구독자를 10만 명 확보한 스페인의 엘파이스 및 NYT 캠페인, 가디언 광고, 핀란드 아아무레흐띠 학생 할인 등 다양한 해외 구독 전략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모바일 앱 광고의 경우 목표가 앱 다운로드냐, 바이럴로 브랜딩 강화냐, 특정 메시지를 전달하는 캠페인이냐 등으로 세밀화돼 있다"며 이런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몇몇 아쉬운 기사들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 박수진 위원은 국군의날 시가행진 관련 1면 기사(9월 27일 자)의 경우 "윤석열 대통령의 '북 핵사용 땐 정권 종식'이란 발언을 직접 인용한 기사 제목이 적절한가. 대결적 냉전상황을 부추기는 것을 비판할 필요가 있다"고 했고 각계 반응을 담은 3면 기사 '"우리 군인 멋지다' 환호...'시대착오적 과시 비판"'에 대해서도 "인터뷰이의 구성이나 내용에서 불균형하다. 시가행진에 반대하는 주장에 교통불편이나 소음공해 등 표피적인 이유만 싣고 근본적으로 문제 제기하는 목소리는 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지명 기사 역시 언론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보도였다고 박수진 위원은 꼽았다. 사안의 중요성에 비해 기사 양 자체가 적었고, '안철상 대법원장 권한대행 "조속한 임명, 국회 협조를"'(9월 26일 자) '대법원 "부결되면 어쩌나"...수장 공석에 좌불안석'(10월 4일 자) 등 기사들이 임명동의안이 부결될 경우 초유의 사법부 공백을 우려하는 대법원의 입장만 충실히 실었다는 것이다. 그는 "대법원장 공석으로 인한 국민 피해가 실재하는지 검토하는 기사, 임명동의 부결을 주장할 만큼 부적절한 후보라고 여겨지는 이유와 타당성에 대해 분석하는 기사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위원장 최영재 한림대 미디어스쿨 학장
외부위원 박경미 전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박수진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
이아미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 학부생
장민제 바이트컴퍼니 부대표
장한익 케이스탯리서치 수석연구원
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
최원석 미디어리터러시 교육 활동가
사내위원 김희원 한국일보 뉴스스탠다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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