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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 200번 물린 것 같은 고통”… 만성 두드러기 환자, 좋은 약 있어도 못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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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에게 여러 곳을 100~200번 물린 것처럼 가렵고 힘들어요. 죽는 병이 아니지만 죽을 만큼 고통스럽다.” 몸이 심하게 가렵고 빨갛게 부풀어 오르는 증상(팽진·膨疹)이 나타나는 두드러기 환자들의 하소연이다. 두드러기는 전 인구의 20%가 한 번쯤 겪을 정도로 흔히 발생한다.
그런데 첫 발병 후 6주 이상 증상이 사라지지 않는 ‘만성 두드러기’는 평균 3~5년 정도 지속되고 심하면 10년 이상 지속되기도 한다. 운동하거나 찬 공기나 햇볕에 노출되면 증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속옷이 피부와 밀착하면서 두드러기가 생길 수 있다. 심지어 샤워할 때 물방울만 맞아도 두드러기가 올라오기도 한다.
150만 명으로 추산되는 만성 두드러기 환자는 증상의 호전과 악화가 반복되면서 자가면역질환과 알레르기 질환, 불안·우울 등 정신 질환을 동반할 수 있어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
예영민 아주대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만성 두드러기 환자의 삶의 질은 중등도 이상 건선 및 아토피 피부염 환자, 혈액투석을 하는 만성콩팥병 환자, 인슐린 투여가 필요한 당뇨병 환자 수준으로 수면장애가 심한 환자도 많다”고 했다.
중증도 높은 만성 두드러기 환자의 삶의 질을 분석한 결과, 중증 아토피 피부염 환자와 비슷한 0.7점이었으며, 불안·우울·수면장애 지수는 중증 건선 환자보다 높았다.
다행히 효과가 좋고, 부작용 적은 약이 나왔지만 ‘생명을 위협하지 않는 병’이라서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해 해마다 640만 원 정도의 약값을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만성 두드러기일 때 우선적으로 처방되는 약물은 항히스타민제다. 김혜성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피부과 교수는 “항히스타민제로 충분히 조절되지 않으면 생물학적 제제인 ‘오말리주맙’이나 면역억제제인 ‘사이클로스프린’ 등을 3차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생물학적 제제인 오말리주맙은 4주에 한 번씩 투여하는 주사제로 증상이 잘 조절되지 않는 만성 두드러기 환자에게 아주 효과적이다.
항히스타민 제제를 네 알까지 증량해도 증상이 완화되지 않는 환자는 40~60%로 보고된다. 150만 명의 만성 두드러기 환자 중 오말리주맙 같은 생물학적 제제가 필요한 사람은 8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김혜성 교수는 “오말리주맙을 통해 두드러기가 완전히 좋아진 경우는 72.7%, 부분적으로 좋아진 경우는 17.8%로 치료 효과가 임상시험 때보다 더 좋다”고 했다.
하지만 오말리주맙이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해 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장윤석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총무이사(분당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고용량 항히스타민제로 증상이 개선되지 않는 만성 두드러기 환자에게 사이클로스포린 같은 생물학적 제제가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지만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장윤석 총무이사는 “영국·캐나다·호주는 2015년부터 만성 두드러기 환자에게 생물학적 제제를 건강보험에 적용하고 있다”며 “일본은 2017년에, 중국은 올 3월부터 건강보험 적용이 됐는데 경제 규모를 생각할 때 우리나라에서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지영구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이사장(단국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은 “만성 두드러기는 지금까지 정책적인 어젠다에서 소외돼 환자들이 신체·정신·경제적 고통을 오롯이 감내하고 있다”며 “중증 만성 두드러기의 중증 질환 분류를 통해 환자가 경제적 부담 없이 중증도에 따라 효과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김미애 분당차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만성 두드러기 질환은 어느 진료과에서도 관심을 갖지 않아 ‘오펀(orphan·고아)’이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라며 “두드러기가 진료 지침까지 있는 엄연한 질환인데 아직도 디톡스 등 민간요법으로 치료하려는 분이 많다”며 “약을 써서 조절해야 하는 질환이 맞고, 생활 습관만으로 조절되는 병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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