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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랭했던 남북 사이 역도에선 달랐다... 북한 코치, 김수현에 "정신 바짝 차려" 격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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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통해 4년만에 국제 대회에 모습을 드러낸 북한 선수단은 좀처럼 미소를 보여주지 않았다. 사격에선 기념촬영을 거부하고, 유도에선 인사와 악수를 무시하는 등 한국에게 시종일관 차가웠다. 그런데 역도 경기장에서 만큼은 다른 모습을 보였다. 한국 취재진의 질문에 성실하게 답변을 하는가 하면, 한국 선수를 격려하기도 했다.
역도 간판 김수현(28·부산시체육회)은 지난 5일 중국 항저우 샤오산 스포츠센터에서 펼쳐진 대회 여자 역도 76㎏급 경기에서 인상 105㎏, 용상 138㎏를 성공해 합계 243㎏으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값진 메달 소식만큼 관심을 끈 것은 북한 코치와의 뒷얘기였다.
이날 인상 경기에서 순위권에 들지 못한 김수현의 입상 전망은 밝지 않았다. 그런데 인상 1위를 차지한 랴오구팡(중국)이 부상으로 중도 기권하며 메달 기회가 찾아왔고, 그 순간 북한 코치가 다가와 격려했다. 김수현은 “중국 선수가 갑자기 기권하며 용상을 준비하고 있는데, 북한 선생님이 오셔서 ‘수현아, 너한테 지금 기회가 온 거다’라고 말씀해 주셨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북한 코치의 격려에 힘입은 김수현은 용상에서 138㎏을 들어 올렸고 삼수 끝에 본인의 첫 아시안게임 메달을 품에 안을 수 있었다. 북한의 송국향 정춘희도 각각 금메달과 은메달을 획득했다. 김수현은 “용상 전에도 몰래 와서 ‘너 잘 될 것 같으니 정신 바짝 차려’라고 하셨다. 한국과 북한 두 선생님이 얘기를 해주시니까 정신무장이 됐고 힘이 났다. 그래서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장에서도 재밌는 장면이 연출됐다. 송국향은 “오늘의 목표는 세계 기록이었는데 정말 아쉽게 됐다”며 “오늘 중국 선수(랴오구이팡)가 이 자리에 참가하지 못했는데, 부상이 심하지 않은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정춘희 역시 “중국 선수가 오늘 생일인데 축하인사를 전한다. 빨리 나아서 실력으로 제대로 붙어보고 싶다”고 밝혔다. 자칫하면 동메달을 김수현이 따서 탐탁치 않다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있었다.
하지만 어색한 분위기는 김수현의 입을 열자 해소됐다. 김수현은 “나는 3번째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드디어 메달을 땄다. 기분이 좋아서 중국 선수가 다친 것도 몰랐는데... 중국 선수 생일을 축하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북한 선수들은 갑자기 고개를 푹 숙이고 웃었다. 미소를 들키고 싶지 않아 보였지만, 어깨가 들썩였다.
이어 김수현이 “내가 림정심 언니를 좋아한다. 정심 언니보다 더 잘하는 선수 2명과 경기하게 돼 영광”이라며 “목표를 더 크게 잡고, 이 친구들만큼 잘해서 한 단계 더 올라가고 싶다”고 치켜세우자 놀라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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