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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공감능력을 잃을 때 생기는 일

입력
2023.10.07 00:00
19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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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기업들이 직원, 협력사, 사회 등 이해관계자들과 갈등하고 있다. 주주중심 자본주의 신봉자들의 공감 부족 때문이다. 지금 한국 사회는 단기적 주주이익중심 자본주의에서 이해관계자중심의 자본주의로의 이행이 필요하다. 미국도 이미 건전한 자본주의로의 전환을 위해 2019년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 선언, 이해관계자 중심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이런 큰 흐름에도, 한국에서는 주주중심에 치중한 경영이론과 생각이 지배하고 있다. 주주 이익을 대리하는 경영자 역할을 강조하는 대리인 이론이 대표적이다. 대리인 이론은 주주 이익을 위해 종업원, 협력업체, 사회에 대한 책임은 최소화하고 정부에 그 역할을 맡기라고 가르친다. 지금의 법조인이나 회계사들도 대리인 이론에 기초하여 경제 질서를 판단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기업활동을 둘러싼 다수 이해관계자들의 희생이 정당화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시대에서의 기업 목적은 뭘까? 기업은 주주의 단기적 이익 대신 고객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기업은 직원에게 투자하고, 협력업체와 상생하고, 지역사회에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지구의 지속가능성에 공헌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주주에게도 지속가능하고 장기적 이익을 만들어 주는 기관이 되는 것이다.

한국 경제가 선진국으로 발전하는 데 가장 큰 힘이 된 것은 기업이었다. 그런데 지금 한국에서는 기업을 사리사욕의 이기적 집단화하는 프레임이 성행하고 있다. 주주 자본주의 패러다임 아래에서 기업과 이해관계자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경영권 보호제도는 취약한 반면, 일부 사모펀드들의 경영권 탈취 문제가 심각하다. 철 지난 행동주의 펀드운동으로 주주 간 분쟁도 늘어나고 있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려면 이해관계자와 주주가 상생하는 사회로 나아가고자 협력해야 한다. 기업가들은 이해관계자들과 지속가능한 성장의 동반자임을 선언하고, 기업은 인간중심 기업가정신으로 혁신하면서 사회와는 화해와 통합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즉 이해관계자 경영을 실천해 나가야 한다.

이해관계자 경영이란 '공감'의 이타심에 기반해 여러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창의적으로 반영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경영철학이다. 애덤 스미스에 의하면 '공감'은 인간 본성으로서 다른 사람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공감능력이 클수록 자신의 행위와 감정을 공정하게 관찰하고 평가하는 힘도 커진다. 공감은 힘든 사람을 보고 가슴 아파하는 것이다.

개인 욕망이 분출되는 근대 시민사회에서 공감은 자신의 마음속에 위치하여 자신의 행동을 통제하는 '보이지 않는 공정한 관찰자(impartial spectator)' 역할을 했고, 이것이 서구 근대사회에서 인간 질서를 만들고 사회를 성장시키는 큰 힘이 되었다.

우리도 그랬다. 한국 산업자본주의의 태동 시에도 1세대 기업가들은 이기적 이윤을 추구하는 대신 사업보국, 독립운동, 구휼과 같은 사회문제 해결에도 몰두했다. 이러한 이타적 정신은 미래에도 조직 구성원들의 팀워크를 강화하고 혁신을 이루는 힘이 될 것이다. 기업 목적에 공감한 직원들일수록 몰입도가 높고 팀워크가 좋기 때문이다. 건전한 자본주의로의 전환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대응해 우리 기업도 이해관계자 경영을 적극 실천하고, 인간의 이타적 본능으로서 공감 능력을 적극적으로 키워나가야 할 것이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한국이해관계자경영학회 차기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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