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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이 만점 맞아도 23점 차이… 과목 선택이 당락 갈라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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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치러진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9월 모의평가에서 선택과목에 따라 만점자의 표준점수가 20점 넘게 벌어졌다. 입시에서는 원점수가 아니라 전체 응시자 평균과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를 보여주는 표준점수를 반영한다. 이 정도 격차면 실력이 아니라 과목 선택이 당락을 좌우할 수도 있게 된다.
그제 발표된 9월 모의평가 채점 결과에 따르면 과학탐구 영역에서 똑같이 원점수가 50점(만점)이더라도 표준점수는 Ⅱ영역이 Ⅰ영역보다 물리학은 9점, 화학과 생명과학은 8점이 높았다. 특히 지구과학의 표준점수 격차는 무려 23점에 달했다. 지구과학Ⅰ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66점에 불과한 반면, 지구과학Ⅱ는 89점에 달했다. 만약 과학탐구에서 2개 과목을 선택했다면 둘 다 만점을 받더라도 표준점수가 최대 32점 차이가 난다.
6월 모의평가에서 이런 문제점이 노출됐음에도 해소되지 않았다. 그나마 6월 17~27점이던 격차가 다소 줄어들긴 했지만, 내달 치러지는 수능에서도 이런 흐름이 이어질 공산이 크다. 특히 올해 입시부터 서울대가 과학탐구Ⅱ를 이공계 필수 선택과목에서 해제하면서 Ⅰ과목으로 갈아탄 수험생들은 원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심지어 같은 과학탐구Ⅱ 내에서도 과목 간 최고점 차이는 13점에 달한다. “수능이 로또냐”는 비판이 나오는 게 무리는 아니다.
정부의 ‘킬러(초고난도) 문항’ 배제 방침으로 수학에서 최상위권 변별력이 크게 떨어진 것도 문제다. 만점자가 2,520명으로 작년 수능(934명)보다 2.7배 많았다. 전국 의대 정시 인원(1,144명)보다 2배 이상 많다. 이래서는 최상위권에서 아무런 변별력을 기대할 수 없다.
과목 선택에 따라 점수가 현격히 차이가 나고, 일부 과목의 변별력이 무력화되는 건 비정상적이다. 실력을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했다고 느끼는 수험생이 많아지면 재수, 삼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잖아도 이번 수능에서 N수생 비중이 31.7%로 27년 만에 가장 높다. 대입에서 킬러문항을 없애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억울한 수험생을 만들지 않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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