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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원경찰 '직장인 궁사'의 깜짝 메달...주재훈 "승진보다 메달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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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강을 자부하는 한국 양궁에 동호인 출신 선수 메달리스트가 탄생했다. 직장에서 청원경찰로 일하는 컴파운드 양궁 국가대표 주재훈(31·한국수력원자력)이 깜짝 은메달로 한국 양궁의 대회 첫 메달을 장식했다.
결승에서 아쉽게 1점 차로 졌지만 메달 색은 중요하지 않았다. 매일 운동에 몰두하는 전문체육 선수들과 다르게 직장 일을 마치고 퇴근해서 저녁에 활시위를 당겼던 노력의 결과물이 첫 국제대회 메달로 결실을 맺은 자체가 너무나 만족스러워서다.
주재훈과 소채원(26·현대모비스)은 4일 중국 항저우 푸양 인후 스포츠센터 양궁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컴파운드 양궁 혼성전 결승에서 인도의 오야스 프라빈 데오탈레, 조티 수레카 벤남에게 158-159로 패해 은메달을 따냈다.
주재훈은 경기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평생 잊을 수 없는 날"이라며 "국제대회 첫 메달을 아시안게임 메달로 땄다. 가보로 남기겠다"고 기뻐했다. 그는 이번 양궁 국가대표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동호인 출신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래서 소속팀을 적는 실업 선수들과 달리 자신의 직장을 소속팀으로 적었다.
주재훈은 대학생 시절 우연히 컴파운드 양궁 동호회에서 활을 잡았다가 재미를 느껴 푹 빠졌다. 나가는 동호인 대회마다 좋은 성적을 내면서 재능을 발견하고는 올림픽보다 어렵다는 국가대표 선발전에도 도전했다. 그렇게 문을 다섯 차례 두드린 끝에 올해 바늘구멍을 뚫고 아시안게임 출전 자격을 얻었다. 주재훈은 "우리나라 국민을 활의 민족이라고 하지 않나"라면서 "활을 잡는 순간 이건 내 길이라고 생각했다. 시작하지 않으면 결과도 없다. 정말 시작이 반"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태극마크를 단 이후였다. 국가대표가 되면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합숙 훈련을 해야 하는데 생업이 있는 그에겐 입촌은 불가능한 일이라 직장에 휴직계를 내고 선수촌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가족도 설득해야 했는데, 다행히 아내의 허락이 떨어졌다.
주재훈은 "회사에서도 전례가 없는 일이라 쉽지 않았을 텐데 휴직 신청을 받아줬다. 덕분에 국가대표 자격을 유지하고, 이렇게 국제 대회에 나와 메달을 땄다"고 고마워했다. 가족을 향해서도 "아내가 뒷바라지를 해준 덕분에 못난 남편이 국제대회를 뛸 수 있었다"면서 "집에 돌아가면 아내한테 잘해줘야 한다. 그런데 아내는 메달보다 상금을 좋아할 것 같다"고 웃었다.
무급 휴직 기간 메달을 목에 걸면서 월급과 메달을 맞바꾼 셈이 됐다. 그는 진급과 은메달 중 어떤 게 더 좋은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잠시 생각하더니 "은메달"이라고 답했다.
엘리트 체육의 길을 걷지 않고 취미로 시작한 것도 양궁 실력을 빨리 키울 수 있는 비결이었다. 주재훈은 "전문 선수들의 스케줄은 좀 군대식이다. 난 자유분방한 스타일이라 전문 선수들이 받는 억제된 훈련을 소화했다면 이렇게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안게임을 경험한 주재훈은 더 이상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서지 않을 생각이다. 다만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 컴파운드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다면 그때는 얘기가 또 달라질 수 있다. 주재훈은 "내년에도 국가대표 하겠다고 하면 회사에서 잘릴 것 같다"면서도 "2026년에 정식 정목이 되면 다시 생각해 보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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