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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내 60~70% 사망하는 '심부전', 최근 18년 새 3배 증가

입력
2023.10.03 18:31
수정
2023.10.03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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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 최고] 심부전, '중증 질환' 아닌 ‘일반 질환’ 분류돼 적정 치료 안 될 우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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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부전(心不全ㆍheart failure)은 심장 기능이 떨어져 혈액을 온몸으로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심부전의 대표적 증상은 호흡곤란이다. 처음에는 운동을 하거나 움직일 때 나타나지만 질병이 악화되면 밤에 잠을 자다가 갑자기 숨이 차 깨기도 한다. 가만히 쉬고 있을 때도 숨이 가빠진다. 또 심장이 신체기관에 혈액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므로 천명(쌕쌕거리는 호흡), 부종, 심한 피로감 등이 나타난다.

특히 몇 시간이나 며칠 안에 갑자기 발생하거나 급격히 악화되는 급성 심부전의 경우 즉시 치료하지 않으면 목숨이 위태로운 초응급 질환이다. 심부전이 발병하면 2년 이내 20%, 5년 이내 60~70%가 사망할 정도로 치명적이기에 ‘심장 질환의 종착역’이라고 불린다.

그런데 이 같은 심부전 유병률이 2002년 0.77%에서 2020년 2.58%로 18년 새 3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심부전학회(회장 강석민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가 최근 창립 20주년 기념으로 가진 국제 학술대회(KSHF Seoul 2023)에서 공개한 ‘심부전 팩트 시트 2022’에서다. ‘심부전 팩트 시트 2022’는 건강보험공단 맞춤형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2002∼2020년 자료를 분석한 것이다.

10만 명당 심부전 발생률은 2002년 482명에서 2020년 609명으로 소폭 상승했다. 10만 명당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도 21명에서 74명으로 3배가량 증가했다.

심부전 환자가 늘면서 심부전으로 인한 사망률도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구 10만 명당 심부전으로 인한 사망은 2002년 3.0명에서 2020년 15.6명으로 늘었다.

사망률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심부전 환자의 45% 정도가 1년 이내 어떤 이유로든 입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부전으로 인한 의료 비용은 3조2,000억 원에 달했다.

연령별로는 80세 이상 환자가 2002년 6.5명에서 2020년 18.6명으로 가장 크게 늘었고, 70~79세 환자가 5.9명에서 10.6명으로 증가해 뒤를 이었다.

조상호 대한심부전학회 정책이사(한림대 성심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심부전은 단일 질환이 아니라 복합적 임상증후군으로 여러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심장 질환의 종착역’”이라며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심부전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80세 이상 고령인에게서 유병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심부전이 ‘중증 질환’이 아닌 ‘일반 질환’으로 분류돼 있어 심부전 환자 치료·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중증 질환으로 편입시켜야 한다고 관련 학회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상급종합병원 평가는 ‘전문 진료 질병군’으로 분류된 환자를 많이 입원시켜야 높은 점수를 받기에 일반 질환인 심부전은 상급종합병원의 관심이 덜 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피해는 심부전 환자에게 전가될 위험이 높아진다.

강석민 대한심부전학회 회장은 “심부전은 입·퇴원을 반복하고, 의료비 지출이 가장 많은 질병의 하나이며, 초고령사회를 맞아 가장 급격히 늘어날 질환”이라며 “이를 대비하기 말기 신부전·말기 간경화 등과 유사한 심부전을 일반 질환으로 취급하는 것은 부당하므로 재빨리 중증 질환으로 재분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욱진 대한심부전학회 학술이사(가천대 길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심부전은 완치 개념이 없고 일부 암보다 생존율이 낮은데다 반복적인 입원에 따른 비용 부담도 많기에 중증 질환으로 전환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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